[기자의 눈/김윤종]“정품 쓸걸…” 아래아 한글1.0 수배소동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1월 21일자 A14면.
1월 21일자 A14면.
김윤종·문화부
김윤종·문화부
최근 ‘누리꾼 수사대’가 결성됐다. 사라진 ‘아래아 한글1.0’을 찾기 위해서다. 아래아 한글1.0은 1989년 4월 발매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한글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하지만 그 초판본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3장과 설명서)를 찾을 수 없어 국립한글박물관이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고 23일 구매 공고를 낸 것이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연예인 신상정보를 캐듯 각종 검색을 통해 아래아 한글1.0을 보유한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 결과 2013년에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 사진을 올린 A 씨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이틀 동안 무려 4만 명에 달하는 누리꾼들이 이 블로그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27일 현재까지 A 씨를 비롯해 ‘아래아 한글1.0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이 가져온 물건들은 아래아 한글1.0이 아니다. 모두 1989년 6월 이후 생산된 ‘아래아 한글1.10’(5.25인치 플로피디스크 5장과 설명서. 바인더)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한글박물관은 “2월 초까지 구매 공고를 내며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자주 입에 담은 말이 있었다.

“아! 포상금! 나도 정품 쓸 걸.”

많은 댓글 중에 “이럴 줄 알았으면 정품을 사서 썼을 텐데”라는 후회의 글이 가장 많았다. 아래아 한글1.0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발매당시 대부분 정품을 사지 않고 불법 복제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은 40%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현저히 높다. 이로 인한 산업 추정손실금액은 연간 1조 원을 상회한다.

아래아 한글1.0 찾기의 성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번 소동을 계기로 개개인이 ‘저작권을 지키고 불법 복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한글1.0 포상금 수천만 원보다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김윤종·문화부 zozo@donga.com
#워드프로세서#H글1.0 정품#H글1.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