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재배치 논란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과 동반 개최 있을수 없는 일” 원주시, 경기장 재배치 강력 요청
스노보드 열릴 평창郡도 반발 “분산 개최땐 ‘올림픽 반납’ 불사”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사진)에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루지, 스켈리턴 등의 경기가 열린다. 강원도개발공사 제공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사진)에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루지, 스켈리턴 등의 경기가 열린다. 강원도개발공사 제공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분산 개최’ 관련 발언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경기장 재배치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최 지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노보드 한두 종목을 상징적으로 북한 지역에서 분산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 재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원주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 내 시군의 경기장 재배치 요구를 거부하고 일부 종목을 북한에 나눠주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원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아이스하키 유치 원주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번 주 중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를, 12일 강원도를 방문해 경기장 재배치를 다시 요구할 예정이다.

구자열 강원도의회 의원(원주)은 “최 지사의 남북 분산 개최 발언으로 원주 시민이 화가 난 상태”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가 간 분산 개최를, 최 지사는 남북 분산 개최를 말하는데 이에 비하면 원주가 요구하는 도내 분산 개최는 명분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속초)도 지역 내 분산 개최를 지지하고 나섰다. 김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와의 분산 개최는 반대하지만 강원도 내 분산 개최는 긍정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원주권, 춘천권에 경기장을 분산하면 도민 전체에 성공 개최 열망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군도 최 지사의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 최 지사가 분산 종목으로 언급한 스노보드는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IOC의 국가 간 분산 개최 언급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 최 지사의 남북 분산 개최론이 제기되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유인환 평창군의회 의장은 “경기장과 도로 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분산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약 분산 개최가 추진된다면 ‘올림픽 반납’ 등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지사의 발언은 활강 경기장 배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전북 무주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북 시군의장단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주군의회가 상정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무주 분산 개최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관계 부처 등에 발송했다. 이한승 무주군의회 의장은 “남북 분산 개최보다는 무주 분산 개최가 여러 측면에서 현실성이 있다”며 “기존 경기장과 숙박시설을 활용하면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정선 가리왕산의 환경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논란이 확산되자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별도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기 등에 한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이었다”며 “현재 분산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최 지사는 당초 신년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는 줄곧 ‘남북 분산 개최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6일 ‘최 지사의 신중한 발언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원들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분산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한 점으로 미뤄 이번 발언은 정치적 제스처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올림픽 유치를 위해 10여 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린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