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오셨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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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추정 남성 5030만원 놓고 가… 15년간 총 3억9730만원 기부

29일 오후 3시 40분. 전북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에 4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지금 A세탁소 옆 차량 뒤 A4용지 박스 안에 넣어 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꼭 써주세요”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그분’임을 직감한 직원들이 나가보니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5만 원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이 담겨 있었다. 큰 글씨로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종이도 들어 있었다. 전국에 ‘얼굴 없는 천사’ 열풍을 불러온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온 것이다.

올해 ‘그분’이 놓고 간 성금은 5030만4390원. 2000년 4월 이후 15년 동안 기부한 성금은 모두 3억9730만1750원에 이른다. 매년 액수는 다르지만 성탄절 전후에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놓고 간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수년 전부터 기자들이 며칠씩 잠복까지 했지만 그가 누군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전주시는 2009년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이름 짓고, 주민센터 화단에 기념비도 세웠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얼굴 없는 천사#전주#불우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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