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의사도 포기… 강의하며 기적적 재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낙상으로 척추부상… ‘중부대 스티븐 호킹’ 정태훈 교수

정태훈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휠체어에 탄 채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강단에 복귀한 뒤 그의 몸울 무겁게 누르고 있던 마비 증세도 점차 풀려가고 있다. 중부대 제공
정태훈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휠체어에 탄 채 강의 준비를 하고 있다. 강단에 복귀한 뒤 그의 몸울 무겁게 누르고 있던 마비 증세도 점차 풀려가고 있다. 중부대 제공
충남 금산군의 중부대 자동차관리학과 정태훈 교수(56) 연구실에서는 그의 강의 시간 직전마다 가벼운 소란이 인다. 강의실까지 정 교수의 휠체어를 밀고 가겠다는 학생들과 혼자 할 수 있으니 그대로 놔두라는 정 교수 간의 정겨운 승강이 때문이다. 학생들의 막무가내에 정 교수의 고집은 매번 꺾이지만 그럴 때마다 안도와 감사에 젖는다. 강단에 다시 서려던 꿈이 이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사고 후 1년 4개월 만인 올해 6월 강단에 복귀해 2학기부터 강의를 했다. 전공 2과목과 교양 1과목 모두 3과목에 걸쳐 교수들의 통상적인 수업시수인 9학점 강의를 해냈다.

그는 1999년 중부대 교수로 임용돼 자동차학과를 만들고 기획처장과 학생복지처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며 대학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누구보다 역동적이었던 그의 인생의 시계가 한순간에 멈춰 섰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경추 4, 5, 6번을 심하게 다쳐 전신마비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목 아래는 움직일 수도, 감각도 느낄 수 없었고 목도 일부 마비돼 호흡곤란으로 한 달 동안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했다. 의료진은 정 교수의 회복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정 교수의 회복은 눈에 띌 정도로 빨랐다.

“보통 장애가 생겼을 때 장애를 인정하기 싫어 보조기구 사용을 꺼리는데 나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선택했어요. 영영 사회에 나가지 못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죠.”

정 교수가 이런 마음을 먹고 있을 무렵 제자들이 5월 15일 스승의 날 행사를 열어 초청했다. 용기를 내어 찾아간 그는 학생들에게 그동안의 소회를 20여 분 동안 얘기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숨이 차서 10분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너희들이 나를 재활시키는 모양”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한 뒤 그 길로 복직 신청을 냈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수업은 쉽지 않았다. 작업용 특수의자에 마이크를 연결하고 노트북을 설치해야 했다. 특수책상과 특수의자 등 그의 손발 역할을 하는 각종 장비를 활용해야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림자 내조를 해주었다. 운전이 서툰 아내가 학교까지 그를 출퇴근시켜 주고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대신 출석을 불러주고 프레젠테이션 장치를 연결해준다. 고가인 데다 구하기 쉽지 않은 장비들인데 다행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적극 지원을 해줬다.

강의를 하면서 그는 왼쪽 손과 발은 상당 부분 회복했고 오른쪽도 점차 신경이 되살아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그의 삶이 하나의 수업이다. 자동차관리학과 3학년 황준혁 씨(3학년)는 “교수님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강단에 복귀하시고 힘들게 강의를 하시면서도 오히려 우리들을 걱정해 주신다”며 “이렇게 불굴의 의지와 따뜻함을 간직한 교수님이 학교에 계신다는 것이 참 큰 위안”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중부대#정태훈#스티븐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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