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대]50개 정부기관 공무원-연구원 1만6000여 명 둥지 틀어

  • 동아일보

세종시 3단계 이전 마무리까지

2002년 신행정수도 건설 계획으로 출발했던 세종시는 위헌 결정 등으로 그 성격이 달라졌고 명칭도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바뀌었다. 그동안 세종시 수정안으로 한동안 건설이 중단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명품 도시로 건설해야 한다는 기대와 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행복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도시건설청)이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건설하는 예정 지구를 의미한다. 행복도시건설청은 행복도시를 건설해 장래에 특별자치시인 세종시에 이관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개념으로 탄생


행복도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이다. 수도권 중심의 국토 구조를 다극 분산형으로 바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지역 간 상생발전으로 국민통합을 꾀한다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2011년 첫마을 조성을 마쳤고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으며 정부청사 이전을 시작했다. 2030년 인구규모 50만 명, 인구밀도 300명(ha당) 내외의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청사진을 그렸다.

도시건설의 역사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2005년 3월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으로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 특별법에 대해서도 다시 위헌 시비가 제기됐으나 그해 11월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확정됐다.

도시개념 국제공모와 공개 세미나, 공청회 등 도시 수요자들이 직접 참여한 개방형 도시계획을 통해 도시건설 기본계획이 세워졌다.

2007년 7월 기공식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으나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하는 바람에 한동안 건설이 중단됐다. 공사가 중지된 허허벌판은 건설사의 크레인이 모두 철수하면서 더욱 황량해졌다.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행복도시 건설은 다시 본궤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수정안으로 건설사업이 보류된 2년간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공구를 분할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설계 및 시공일괄 입찰 방식을 도입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모색했다.

2011년 5월 세종시 수정안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사업의 거점지구가 대전으로, 기능지구가 세종시로 확정돼 도시건설이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권위주의 형태 벗은 정부청사

행복도시건설청은 국제 공모를 통해 기존의 권위적인 형태의 청사를 지양하고 개방적이며 친근한 이미지의 청사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그 마스터플랜의 실현으로 3단계 이전이 마무리되는 26일에는 36개 중앙행정기관에 걸쳐 1만 3002명의 공무원과 1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걸쳐 3192명의 연구원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청사의 건물은 저탄소 녹색도시 개념에 입각해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친환경 그린 빌딩으로 건립됐다.

실험적인 시도도 적지 않았다. 국내 최초로 토지이용계획과 건축계획을 동시에 수립해 개발하는 ‘원형지 개발방식’을 도입했다. 공공 편익시설을 복합단지화해 주민생활의 편리성을 증진하고 사업비를 절감하는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안정적인 정주 여건의 핵심은 교육시설이다. 이를 위해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학교 등 총 150개 학교를 단계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학급당 학생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20명 내외로 조정해 개인별 특성에 맞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3단계 이전에 맞춰 내년 3월에는 56개 학교의 문을 연다. 이들 학교에서는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쌍방향 소통의 스마트 교육이 이뤄진다. 우수 인재양성을 위한 특수목적고인 국제고를 2013년부터 선발하고 있으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내년 3월 문을 연다. 세종예술고가 2016년 개교를 앞두고 있다.

기능과 경관 뛰어난 도시 구축

지금까지 중앙행정기관(1·2생활권)이 중심이 된 도시 건설이 이뤄져 왔으나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4생활권의 경우 산학연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통신기술(IT), 환경공학(ET) 등 첨단 과학의 융복합 연구와 사업화가 이뤄진다. 이곳에는 지식산업센터를 시작으로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하는 연구기관단지(사이언스파크), 맞춤형 인재공급과 산학협력을 주도할 창조형 대학(캠퍼스), 젊음이 넘치는 대학단지(캠퍼스타운) 등이 조성된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이 같은 행복도시의 가치와 전망을 알리고 기업 등의 투자 촉진을 위해 지난달 ‘행복도시 세종박람회’를 개최했다.

도시는 기능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주거와 상업 시설의 건설에 혁신적인 방식이 도입된다. 공모를 통해 다채롭고 조화로운 건축물을 조성하고, 개방적인 도시 구조와 공간 계획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획일화된 건축 방식을 배제하기 위해 특별 건축구역을 지정하고 여기에 지을 건축물의 설계를 공모했다.

2-2생활권에는 통합 공동 커뮤니티와 지구순환 산책로를 조성하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윤곽선(스카이라인)을 도입했다. 그 결과 최고 43 대 1(평균 8.8 대 1)의 분양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독주택은 단지별로는 차별화하고 단지 내 주택 간에는 조화로운 마을 조성을 위해 이 또한 설계를 공모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행복도시는 도시 자체가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국립도서관 분원인 국립세종도서관은 ‘디자인 붐’, ‘Red Dot Award’ 등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국토균형발전 선도할 대한민국 명품도시가 되도록 노력”▼

“국가 행정의 중심축이 지방인 세종시로 이전한 건 역사적인 사건이죠.”

역사적인 중앙행정기관 이전 사업의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연말까지 3단계에 걸친 중앙행정기관 등 정부기관의 이전이 마무리되면 1만3000여 명의 공무원과 3000여 명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세종시에 근무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안정적인 근무여건에서 국가 사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이 행복청의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3단계 이전에 대비해 세종시에 건설될 내부도로 총 338km 중 133km(39.3%)를 완료했다. 여기에다 금강의 세 번째 신설교량인 햇무리교도 최근 개통해 교통 여건이 한층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행복청은 대전권으로 연결되는 2번째 광역도로인 대덕 테크노밸리 연결도로와 청주, 청주IC 연결도로도 시기를 앞당겨 내년 말에 개통할 예정이다. 승용차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고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자전거 수송분담률 20%를 달성해 ‘걷고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건설하자는 취지다.

공공자전거는 여러 사람이 자전거를 공유하는 개념의 정보기술(IT) 기반의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 첫마을과 정부청사 지역에 공공자전거 230대 및 무인대여소 21곳을 10월에 설치했다. 공모를 거쳐 공공자전거시스템의 명칭을 ‘어울링’으로 확정했다.

세종시의 교량은 물을 건너는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경관이고 관광자원이 된다고 이 청장은 강조했다. “도시 내 83개의 교량을 특색 있고 창의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는 공법을 적용해 만들고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교량 박물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청장은 “당초 정부가 약속한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돼 의미가 크다. 앞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선도하고 충청권 상생 발전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명품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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