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급우 살린 ‘골든타임 심폐소생’ 릴레이

  • 동아일보

선생님과 급우들의 심폐소생술로 위기를 넘긴 인천 송도고 2학년 손계영 군이 병원을 찾은 오성삼 교장, 손진창 교감 선생님을 만나 웃고 있다(위쪽 사진 왼쪽부터). 송도고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쳐 만일의 위기에 대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송도고 제공
선생님과 급우들의 심폐소생술로 위기를 넘긴 인천 송도고 2학년 손계영 군이 병원을 찾은 오성삼 교장, 손진창 교감 선생님을 만나 웃고 있다(위쪽 사진 왼쪽부터). 송도고는 지난해부터 전교생에게 심폐소생술을 가르쳐 만일의 위기에 대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송도고 제공
“계영이가 쓰러졌어요!”

13일 오전 9시 11분. 인천 연수구 송도고 실내체육관에 다급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농구코트 위에 쓰러진 2학년 손계영 군 주위로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이날 손 군은 2학년 11반 체육시간에 농구경기를 하고 있었다. 11반 학생들은 4개 조로 나누어 경기를 진행했다. 손 군은 한 경기를 끝내고 다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힘들다”는 말을 내뱉고 코트에 쓰러졌다. 손 군은 그 자리서 의식을 잃더니 호흡도 멈췄다.

손 군의 급우들이 겁에 질려 발을 동동 구르며 사색이 되어갈 때, 학생들 틈에서 같은 반 구종모 군이 뛰어나갔다. 구 군은 손 군의 코에 귀를 갖다대고 호흡 정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턱을 들어 기도를 확보하고 손 군에 입에 사력을 다해 ‘후우, 후우’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숨이 들어간 손 군의 가슴이 올라오는 걸 확인하곤 손 군의 배 위로 올라가 두 손으로 가슴을 눌러대며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사력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하던 구 군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어갔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이 “교대하자”라고 소리쳤다. 주위에 있던 남학생들이 구 군과 교대해 한 명씩 손 군의 몸 위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그동안 119에 신고를 한 체육교사도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손 군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교사와 학생이 번갈아가며 손 군에게 숨을 불어넣고 심장마사지를 했다.

5분 뒤. 현장에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심장제세동기를 꺼내 쓰러진 손 군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오전 9시 20분 구급차에 실린 손 군은 9시 26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긴급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약 3시간 뒤인 낮 12시 10분, 손 군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호흡 정지로 인한 뇌손상 증세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호흡이 멈추면 약 4, 5분 뒤부터 뇌손상이 시작된다. 10분이 넘어가면 뇌사나 사망에 이른다. 최초 4, 5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환자의 사망과 뇌손상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경북 포항의 한 초교에서 체육시간에 달리기를 하던 남학생이 호흡 곤란을 호소한 뒤 쓰러져 방치된 끝에 숨졌다. 2012년 3월 전북 정읍에서도 초등학생이 체육시간에 호흡 곤란을 일으켜 숨졌다. 두 사례 모두 사고 직후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송도고 교사와 학생들은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순간에 빠른 판단과 침착한 대응으로 손 군을 살렸다.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한 손 군은 “심려를 끼쳐 드려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7월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 교직원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송도고는 이미 지난해 2학기부터 자체적으로 교사와 전교생에게 심폐소생술 교육을 해왔다. 손 군을 구한 학생들은 “평소 반복해서 배운 심폐소생술 덕분에 친구를 살릴 수 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골든타임#심폐소생술#송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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