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시신은 피의자의 동거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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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의자 월세방서 혈흔 확보
DNA 검사 결과 토막시신과 일치… 수법 잔인하고 치밀해 여죄 추궁

경기 수원시 팔달산 토막살인사건의 피의자인 박모 씨(57·중국동포)는 살해된 여성인 김모 씨(48·중국동포)와 수개월간 동거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말 가계약을 한 뒤 범행 유류품을 뒀던 팔달구 매산로의 월세방을 얻기 전에 인근 동네에서 김 씨와 동거해 왔다. 김 씨의 언니는 경찰 조사에서 “두 사람이 올해 상당 기간 동거를 했다”며 “내 동생은 마트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어머니와 언니 등 가족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 박 씨도 경찰에서 자신은 조선족이고 같은 조선족인 김 씨와 몇 개월간 동거했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막노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둘의 사이가 나빠지면서 박 씨가 김 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가 지난달 26일 얻은 월세는 3층 주택의 반지하방(26m²)으로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통해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신고자인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본보 인터뷰에서 “박 씨가 지난달 26일 자신을 ‘송 씨’라고 소개하며 사무소에 찾아왔다. 우리 직원이 방을 소개했더니 ‘맘에 든다’며 집주인과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6만 원에 가계약을 하면서 선불 20만 원을 주고 열쇠를 받아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박 씨가 12월 5일경 정식 계약을 하고 입주키로 했는데 전화번호가 바뀌어 연락이 안 됐다. 며칠을 더 기다리다가 신고 당일인 11일 오후 3시 반경 월세방을 찾아가 집주인과 함께 방문을 열었더니 목장갑과 검은 비닐봉지, 두루마리 휴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방 안에는 핏자국을 지우는 데 쓴 것으로 보이는 표백제(락스)와 냄새를 제거하는 섬유 탈취제(페브리즈), 매실액이 담긴 주전자와 수세미가 싱크대 위에 있었다.

경찰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이 방 안의 혈흔 DNA가 토막시신의 것과 일치한다는 감식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또 팔달산과 수원천에 버려진 토막시신과 김 씨 어머니의 DNA를 대조한 결과 시신이 김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경찰은 피의자 박 씨가 9일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이유를 추궁하고 있다. 박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숨진 김 씨의 휴대전화까지 들고 포천으로 이동했다. 김 씨 시신은 4일 오후 처음 발견됐다. 경찰은 “시신 일부를 포천에 유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평소 가명을 쓴 점과 치밀하고 엽기적인 범행 수법 등으로 미뤄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추궁 중이다. 박 씨는 정 씨, 송 씨 등의 가명을 썼고, 경찰에 검거된 이후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며 “잠을 자야겠다. 변호인을 접견시켜 달라”고 하는 등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박 씨의 자백을 받기 위해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 수사관) 5명을 투입했다.

수원=남경현 bibulus@donga.com·황성호 기자
#수원 토막살인사건#수원 토막시신#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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