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진단]제일 싼 방이 33만원… 저잣거리엔 프랜차이즈 식당만 가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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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체험장소로 기대 모은 인천 한옥마을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저잣거리 대신 대형 음식점이 들어서는 인천 한옥마을.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공시설’을 기대했던 송도 주민들은 “특권층을 위한 시설에 세금이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저잣거리 대신 대형 음식점이 들어서는 인천 한옥마을.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공공시설’을 기대했던 송도 주민들은 “특권층을 위한 시설에 세금이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찾는 시민과 외국인에게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 장소로 기대를 모았던 ‘인천 한옥마을’(한옥 콤플렉스)이 값비싼 호텔과 음식점이 중심이 된 사업으로 변질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통문화 체험공간 등 ‘공공시설’을 기대한 시민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시의회는 최근 열린 행정감사에서 온갖 특혜의 정점에 있는 한옥마을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송도 센트럴공원 인근에 위치한 한옥마을은 내년 5월경 문을 연다. 2만8005m² 터에 연회장인 ‘경원루’(지하 1층, 지상 2층)와 한옥 호텔인 ‘경원재’가 들어선다. 그런데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료가 88만 원, 주니어 스탠더드룸은 55만 원, 스탠더드룸은 33만 원이나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온돌방을 체험할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옆에 들어서는 ‘경원별서’는 더 큰 문제다. 당초 이곳에는 전통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저잣거리와 한옥문화체험 거리, 한방체험시설, 전통공예품 판매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정책현안 조정회의’가 처음 열리면서 경원별서에 ‘외식 문화공간’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인천경제청 간부들은 “저잣거리를 만들 경우 관리하기 어렵다”는 생뚱맞은 이유를 들었고 5월 열린 조정회의에서 외식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외식 프랜차이즈 ‘경복궁’을 운영하는 업체인 ㈜엔타스가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인베스트먼트’사와 외국인투자법인인 ㈜엔타스 에스디를 설립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초대형 외식매장 2개동을 짓고 문화체험장, 기념품 판매장, 공연장으로 구색을 맞췄다. 인천경제청은 총 사업비 100억 원 가운데 약 37만 달러를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유치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사가 미국에서 실제 기업 활동을 하는 업체인지를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경제청은 엔타스의 신용분석 보고서를 냈는데 재무정보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업체가 자료 제공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경제청이 외국인투자회사의 신용등급 등을 파악하지도 않고 사업을 추진하도록 도와준 셈이다. 이 음식점의 임대기간은 최초 20년이지만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최대 50년간 영업권이 보장돼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민 이주협 씨(43)는 “우리의 옛 문화를 즐기기 위해 만든다던 전통문화체험관이 어떻게 대형 식당으로 바뀔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한옥마을은 인천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매입한 청라국제도시의 터를 2010년 ㈜신세계에 매각해 1000억 원의 토지 대금을 확보하면서 추진됐다. 1000억 원 중 500억 원을 안 받는 대신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한옥마을을 지어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경쟁 입찰이 아닌 특정 업체 기부라는 형식을 빌린 것.

이를 놓고 인천시의회 정창일 의원(새누리당·송도동)은 “시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으로 특정인만을 위한 시설을 건축하는 한심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유제홍 의원(새누리당·부평1동)은 “외국투자법인이 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확인도 않은 채 50년간 영업권을 보장해 주는 것 자체가 특혜”라고 비난했다.

인천경제청 측은 “실제로 외국인투자법인의 투자가 이뤄진 사안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지검은 8일 인천경제청에서 한옥마을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나섰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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