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치원 “중복지원 모를테니 걱정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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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설픈 지원횟수제한… 편법 기승
“개인정보 제공 동의 항목 체크 말라”… 명단 제출 거부 밝히며 학부모 부추겨
黃교육 “합격 취소 법적근거 없어”… 교육청과 다른 발언도 혼란 가중시켜

최근 서울지역 유치원들이 내년도 신입생 선발 추첨을 시행하면서 예상대로 서울시교육청의 탁상행정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까지 무제한이던 지원제도를 4회로 제한했지만 중복 지원을 막을 방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 이로 인해 서울시교육청이 정한 4일 가군, 5일 나군 추첨에서는 중복 합격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4일 가군 유치원 입학 추첨식에 참석한 학부모 A 씨는 “오후 4시인 추첨이 끝날 때까지 지원자 75명 중 4명의 엄마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오전에 추첨이 진행된 더 좋은 유치원에 합격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치원 추첨 시간은 유치원별로 다르다. 가군 내 여러 유치원에 중복 지원한 뒤 오전 추첨에 합격했기 때문에 오후에는 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추첨 이후 학부모들은 온라인 동호회나 카페 게시판을 통해 울분을 쏟아냈다. 한 학부모는 “교육청이 중복 지원하지 말라고 해서 가, 나군 한 곳씩만 지원했는데 모두 추첨에서 떨어졌다”며 “딴 동네에서 중복 지원한 사람들이 많아서 지원 유치원 인근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떨어졌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한 유치원 원장은 “엄마들이 지원 서류를 낼 때 개인정보 제공 동의 항목에 체크를 하지 말라고 일러줬다”고 말했다. 엄마들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시교육청이 유치원에 자료를 요구해도 이를 핑계로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중복 지원 우려가 불거지자 “각 유치원의 지원자 명단을 일괄 수거해서 중복 지원을 걸러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서울지역의 한 유치원 원장은 “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유치원들 사이에서 중복 지원을 많이 권유했다”고 말했다.

엄마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이용한 유치원의 꼼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나군에 합격했다는 한 학부모는 이날 해당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지금 5만 원을 내고 바로 등록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등록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교육청 공고 일정에 따르면 가, 나, 다군 추첨이 모두 끝나고 합격한 유치원 가운데 한 곳을 골라 17, 18일 사이 등록하면 된다. 하지만 유치원 측이 학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규정을 잘 모르는 엄마들을 상대로 꼼수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청과 교육부의 엇박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중복 지원이 밝혀지면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일 국회에 출석해 “중복 지원을 통해 합격해도 이를 취소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 현행 유아교육법과 시행령에는 유치원에 관해서는 신입생 선발 규정만 있고, 중복 지원이나 입학 취소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학부모들은 “교육부 말이 맞는지 교육청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가군과 나군의 추첨이 끝남에 따라 10일 다군(공립 가군 포함) 추첨과 12일 공립 나군 추첨만 남았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
#유치원 중복지원#유치원 신입생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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