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빼돌려 팔아 골프 치고 유흥비 탕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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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종자원 전남지원 직원 4명 2009년부터 2억8000만원 챙겨
경찰, 2명 입건… 수사 확대하기로

농민들에겐 ‘갑(甲)’으로 불리는 국립종자원 직원들이 농가에 공급할 종자를 빼돌려 팔아 억대의 돈을 챙겨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종자를 빼돌려 도정업체와 농가에 판매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윤모 씨(41) 등 국립종자원 전남지원 직원 2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임모 씨(55) 등 다른 직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 등은 2009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벼 보리 등 농가에 공급할 종자를 빼돌려 개인 도정업체 3곳과 농가 200여 곳에 팔아 2억5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종자를 팔 때 실제보다 많이 판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민 뒤 남은 종자를 챙겨 판매하는 수법을 썼다. 자체 감사부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 도정업체는 쌀로 도정해 판매하려고 종자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 씨는 이렇게 판매한 종자 대금을 차명 계좌로 받아 관련 직원 3명과 나눈 뒤 매주 골프장과 유흥업소에서 탕진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윤 씨는 이와 별도로 빼돌린 종자를 팔아 도정업체로부터 현금으로 3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전남 지역에선 2011년 불량 종자가 공급돼 발아가 되지 않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농민회 관계자는 “종자 공급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종자원이 이런 비리를 저지르느라 농민에겐 불량 종자를 공급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립종자원#종자#유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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