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들이 검은띠 두르고 순찰…불량학생 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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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경찰서는 전국 최초로 경찰과 학원이 함께 합동순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태권도복을 입은 태권도장 관장과 학생 단원들이 함께  “학교폭력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며 순찰을 돌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강동경찰서는 전국 최초로 경찰과 학원이 함께 합동순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태권도복을 입은 태권도장 관장과 학생 단원들이 함께 “학교폭력 물러가라”를 외치고 있며 순찰을 돌고 있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태권도복에 불량학생 퇴치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서울 강동구에서 태권도학원을 운영 중인 이기성 관장(41)은 일주일에 두 번씩 야심한 밤에 태권도복을 입고 학원 근처 골목을 돌아다닌다. 태권도복 위에 걸친 조끼에는 경찰의 독수리 마크가 찍혀 있다. 후미진 골목은 불량학생들의 '아지트'로 사용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의 학원 강사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골목을 순찰하며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 그는 "태권도 사범들이 검은 띠까지 두르고 순찰에 나서면 담배를 피우며 골목을 장악했던 불량학생들이 슬금슬금 도망간다"며 "학생들이 '선생님 덕분에 무서운 형, 누나들이 사라졌어요'라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관장을 포함해 강동구 학원연합회와 태권도협회 소속 학원 강사 370명은 올해 5월부터 서울 강동경찰서와 '제자·또래 안전지킴이단' 협약을 맺고 주 2회 합동순찰을 벌이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경찰과 함께 순찰을 도는 방식이며 때때로 학생들이 강사와 함께 순찰에 나서기도 한다. 경찰이 사교육 기관과 연대해 지속 순찰 활동을 시작한 것은 강동경찰서가 처음이다. 김호영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주로 학원이 끝나는 야간에 벌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순찰에 나선 학원강사들에게 폭력 등 청소년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체포할 법적 권한은 없다. 그러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등으로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해 뒀기 때문에 순찰 도중 청소년 범죄를 목격할 경우 경찰에 빠르게 신고해 검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김진주 강동교육지원청 학원운영협의회장(52)은 "20년 이상 학원을 운영한 강사들은 학원가 인근 우범지역을 경찰보다 자세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합동순찰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관할구역 내 청소년 범죄는 지난해 한달 평균 10건이었으나 제자·또래 안전지킴이단 시행 이후 한달 평균 3건으로 크게 줄었다. 경찰은 앞으로 순찰에 나설 학원 강사를 추가 모집해 순찰 범위와 횟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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