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함평군, 다문화가정 웃음꽃 활짝

  • 동아일보

郡, 이주여성 위한 한글강좌 마련… ‘스터디 맘’ 개설 검정고시도 지원
이주여성들, 복지시설 찾아 공연… 전통춤-음식 등 재능기부로 화답

전남 함평군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으랏차차 나눔봉사단’이 노인요양원을 찾아 공연을 하고 있다.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남 함평군에 사는 결혼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으랏차차 나눔봉사단’이 노인요양원을 찾아 공연을 하고 있다.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남 함평군 함평읍 김수진 씨(27·여)는 두 달 사이에 겹경사를 맞았다. 김 씨는 8년 전 필리핀에서 시집 와 2남 1녀를 둔 결혼이주여성. 그는 한 달 전 초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국가공인자격시험인 ‘ITQ 한글 자격증’을 땄다. 김 씨는 남편과 돼지 500여 마리를 키우고 벼농사를 짓는 틈틈이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아이들 학교 숙제를 도와주고 싶어 시작했는데 결실을 맺어 너무 기쁘다”며 “내년에는 고입검정고시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평은 ‘다문화가정의 천국’이다. 함평군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전문기술을 가르쳐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 정착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한글뿐 아니라 수학-사회도 가르쳐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이주여성들의 ‘ITQ 한글 자격증’ 취득을 돕기 위해 7월부터 3개월간 20차례 강좌를 열었다. 고급과정을 마친 9명이 시험을 치러 5명이 합격했다. 베트남 출신인 쩐티딴뚜앤 씨(27)는 “한글을 잘 모르는 데다 컴퓨터도 익숙하지 않아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익혔다”며 “3개월 만에 자격증을 땄다고 하니 다들 놀란다”며 웃었다.

센터가 올해 처음으로 개설한 ‘스터디 맘’은 이주여성들의 공부 길라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주여성들이 중입 검정고시반 운영을 원하자 2월부터 매주 금요일 스터디 맘을 열었다. 19명이 등록해 국어 수학 사회 등 필수과목과 영어 실과 등 선택과목을 배웠다. 센터 소속 교사와 함평읍 상록학원 이경진 원장이 자원봉사로 가르쳤다. 가장 어려운 수학과 사회 과목 이해를 돕기 위해 센터 직원이 보조교사로 나서기도 했다. 초등과정을 익힌 10명이 8월 치러진 검정고시에 응시해 8명이 합격했다. 이들은 내년 4월부터 중학교 졸업자격을 얻기 위한 고입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함평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현희 팀장은 “스터디맘을 통해 이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다”며 “내년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 취득반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주여성 “우리공연 보고 행복한 모습에 뿌듯”

함평군 대동면 모마리 씨(34)는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시집왔다. 그의 본명은 ‘마리야나’. 시어머니 모복순 씨(72)의 성을 따 개명했다. 모 씨는 시부모와 청각장애(2급)를 앓는 남편, 아이들 3형제와 오순도순 살고 있다. 모 씨는 ‘으랏차차 나눔봉사단’에서 활동하면서 요양원과 장애시설을 찾아 트로트 가요를 부르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으랏차차 봉사단은 4년 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5개국 이주여성 15명으로 구성된 재능기부 봉사단이다. 이들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전통춤과 노래, 벨리댄스, 트로트 등을 연습해 해마다 10여 차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공연을 펼친다. 공연이 끝나면 손수 마련한 쌀국수 등 전통음식을 대접하며 함께 어울린다. 몽골에서 시집온 지 8년째인 강시연 씨(32)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작은 재능이나마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 공연을 보고 행복해하는 분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축제나 행사가 많은 10월이 가장 바쁘다. 이달에만 초청 공연이 4건이나 된다. 안병호 함평군수는 “함평에는 전체 인구의 2.4%인 284가구의 다문화가정이 있다”며 “시부모 인연 맺기, 엄마 나랏말 배우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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