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가 긍정적인가” 일반 중고생에 4개항 설문해놓고 …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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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지정 평가 반영하는 서울교육청
‘공교육 영향평가’ 명목 실시… 사실상 탈락여부 잣대 논란
21일 서울 25개 자사고 교장들 “폐지 강행땐 소송불사” 밝힐듯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인 강동구 배재고 주변 중고교에 배포한 자사고 공교육 영향평가 설문 내용. 총 4개의 간단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인 강동구 배재고 주변 중고교에 배포한 자사고 공교육 영향평가 설문 내용. 총 4개의 간단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가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맞서 소송전도 불사하기로 했다. 서울의 자사고 교장 25명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일반고 살리기’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조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시교육청은 자사고 25곳 중 14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진행 중이다.

시교육청은 자사고가 자진해서 일반고로 전환하면 5년간 최대 14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17일 밝혔지만 자사고 교장들은 이를 전면 거부할 방침이다. 서울자사고연합회 김용복 회장(배재고 교장)은 “몇몇 자사고는 타 지역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150억 원을 들여 기숙사도 지었다”며 “일반고로 전환하면 이 시설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판국인데 어느 누가 교육청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고 20일 밝혔다.

자사고 교장들은 시교육청의 평가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자사고 공교육 영향평가 설문지’는 총 4개 문항으로 이뤄졌다. 자사고 주변의 일반 중고교 4곳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는 △자사고가 일반고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지 △자사고가 긍정적(또는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찬성하는지 등의 질문이 담겨있다.

이 설문 결과는 ‘중학교 내신 상위 10%였던 재학생 수’에 관한 통계와 함께 실질적으로 자사고의 탈락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어린 중고교생들에게 단 4개의 질문에 답변하도록 해서 자사고란 큰 교육정책을 유지할지 말지 결정하는 건 졸속의 극치”라고 말했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자사고의 존폐를 묻는 방식의 설문조사는 시교육청 내에서도 “일방적으로 자사고에 불리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고 측은 시교육청과의 소송전도 불사할 방침이다. 8월 평가에서 탈락하는 자사고는 시교육청의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법원이 자사고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조 교육감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사고가 소송을 진행하며 학교를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 교육감이 자사고와의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를 법정싸움으로 허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엉뚱하게 일반고와 자사고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는 21일 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최근 조 교육감과 간담회를 가진 일반고 교장들은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황폐화됐다”며 자사고 폐지를 강력히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자사고 일각에서는 “일반고의 지나친 피해의식”이라며 감정 섞인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자사고#서울시교육청#자율형사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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