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동영상’ 축구협 직원이 촬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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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 “월드컵 반성에 침울하자 식당가수가 분위기 띄우려 노래한 것”

홍명보 감독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된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표팀 ‘이구아수 회식 동영상’은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협회의 한 직원이 촬영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직원은 해당 동영상 유출 경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문제의 동영상은 대표팀이 지난달 27일 벨기에와의 3차전을 마친 뒤 베이스캠프가 있는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로 돌아가 회식하는 장면을 담고 있으며 모 언론사가 ‘제보’를 받고 보도한 10일 오전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해당 언론사는 ‘브라질 현지 교민이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협회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동영상을 찍은 장소와 각도 등을 종합한 결과 협회 직원이 찍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직원은 “내가 찍은 것은 맞지만 유출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대표팀의 한 인사는 “이구아수에는 교민이 거의 없다. 식당엔 우리만 있었다. 그 보도를 보고 동영상의 내부 유출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회식은 월드컵에 출전한 소감과 반성, 앞으로의 계획 등을 돌아가며 밝히는 자리였다. 소감을 밝힐 때 우는 선수도 많았다. 코칭스태프까지 발언 순서가 모두 끝난 뒤 우리가 너무 침울하게 앉아있자 식당에 고용된 여가수가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마지막에 잠깐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이를 다 지켜본 직원이 유출했다면 그 사람은 진짜 나쁜 사람”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동영상의 내부 유출 가능성이 확인되자 협회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키게 돼 면목이 없다. 하지만 철저히 조사해 유출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협회는 협회노동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 카드를 사용해 업무상 배임으로 법원에서 벌금 판결을 받은 간부를 협회가 해임했는데 노조가 처벌 규정 해석을 두고 반발한 것이다. 노조는 두 달여 전 이에 대한 ‘대자보’를 축구회관 곳곳에 붙이며 협회를 압박했으나 12일 대자보를 전격 철거했다.

동영상 유출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협회의 난맥상을 접한 한 축구 원로는 “기강이 깨져서 그렇다. 이번 월드컵 참패도 결국 느슨한 축구협회의 행정 탓”이라고 한탄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협회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월드컵 축구대표팀 동영상#홍명보 감독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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