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에 귀농한 황인경씨, 유기농으로 키우며 온라인 직거래
농장서 수확체험 행사도 열어
황인경 씨가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신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진한 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열매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농사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죠.”
대전 동구 판암동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 야산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황인경 씨(51) 얘기다. 그는 1990년대 초반부터 충청일보, 국도일보 기자를 거쳐 청주문화산업진흥원에서 근무하다 2008년 귀농해 지금 자리에 터를 잡았다. 그는 평소 “산과 하늘이 잘 보이는 곳에서 농사를 짓고, 아이들이 고무신에 흙을 묻히며 살았으면 좋겠다”던 소원을 이뤘다.
황 씨가 선택한 작목은 ‘신이 내린 보랏빛 선물’이라 불리는 블루베리. 미국 ‘타임’지가 10대 슈퍼 푸드 중 하나로 선정한 블루베리는 적절한 당도와 산미를 함유해 새콤달콤한 맛을 내며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노화 방지, 시력 보호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년 전만 해도 효자 품목으로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5000여 m²의 비탈진 산에 길과 도랑을 내며 스스로 일궜다. 블루베리가 산성 토양에서 잘 성장하는 점을 고려해 인근에서 솔잎을 긁어다 모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농장과 생산품 이름을 대학생 딸이 ‘베리 굿 베리’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손실도 컸다. 수확량 3t 중 1t은 까치와 참새들이 먹어치운다. 그가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자 농장은 ‘새들의 천국’이 됐다. 기자가 5일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백 마리의 참새들이 달콤한 블루베리 성찬을 즐기고 있었다. 가끔은 ‘훠이 훠이’ 하며 내쫓지만 그때뿐이다. “(동물도) 함께 먹고사는 거죠.”
본격적인 수확철로 접어든 요즘 그는 고민이 적지 않다. 제때 수확하기 위해선 인부 2명 정도가 필요하지만 인건비는 물론이고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묘안 끝에 떠올린 발상이 바로 ‘블루베리 따기 체험’. 도시민들이 농장에 직접 와서 수확을 해주는 대신 인건비는 가격으로 되돌려주겠다는 발상이다. 특히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외국산보다 블루베리 알은 다소 적지만 현장에 오면 즉석에서 따 먹을 수 있다. 시중보다 가격도 30%가량 저렴했다. 남은 블루베리는 인터넷 등 온라인으로 직거래한다.
지난해에는 800여 명이 블루베리 수확을 체험하고 갔다. 다시 방문하는 이도 늘고 있다.
황 씨는 “블루베리 키우기가 쉽지는 않지만 자연과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보람 때문에 견딘다”며 “다른 이들도 자신이 키우는 농작물에 건강성 등 확신이 있다면 스토리를 만들어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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