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영혼있는 공무원 필요… 논란사업 재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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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울산시장, 8월 대대적 인사
“구호나 형식보다 내실이 중요”… 현판 정비예산 5억 전액 삭감
시립도서관-유스호스텔 사업 등 찬반의견 모두 수렴방침 밝혀

“어! 시청 현관의 현판이 없어졌네.” 3일 울산시청을 찾은 이모 씨(45·울산 남구 신정동)는 시청 현관에 걸려 있었던 ‘더 큰 대한민국 우뚝한 울산’이라는 현판이 없어진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 현판은 김기현 시장(사진) 취임에 맞춰 철거됐다. 시는 김 시장의 시정 목표인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으로 현판을 바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구호나 형식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는 김 시장의 뜻에 따라 현판을 걸지 않기로 했다.

○ “단순히 먹고 노는 축제 지양하겠다”

KTX 울산역 맞은편 야산에 걸려 있는 ‘근대화의 메카 울산, 선진화의 리더로’와 ‘ULSAN for YOU’라는 현판도 뜯어낼 예정이다. 추경에 책정됐던 이 현판 정비 예산(5억 원)은 이미 전액 삭감됐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1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창하게 해왔던 취임식도 생략해 3000만 원의 행사 비용을 절감했다. 시청 프레스센터의 배경 사진도 종전의 태화강 대공원에서 울산대교나 동북아 오일허브 예정지인 울산항 전경 사진으로 바꾼다.

매년 1월 1일 열리는 간절곶 해맞이행사 등 문화예술축제도 대대적으로 정비할 예정이다. 김 시장은 2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단순히 먹고 노는 축제는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울산의 특성을 살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사회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김 시장은 3일 시청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월례조회에서 “지금은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필요한 시기”라며 “업무능력이 탁월한 공직자를 발탁하기 위해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하거나 대면 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달 중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뒤 8월 초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 “일 많이 했다는 평가 받고 싶다”


김 시장은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시장은 입지 논란이 계속되는 시립도서관에 대해 “찬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시립도서관은 울산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올 4월까지 37년간 하루 500t씩 처리해 온 여천위생처리장에 472억 원을 들여 짓기로 해 ‘분뇨처리장에 짓는 도서관’이라는 시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계 축구계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문수축구경기장의 3층 관중석을 없애고 152억 원을 들여 유스호스텔을 건립하려는 계획도 재검토 대상이다. 공해차단녹지 기능을 하고 있는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1770억 원을 들여 이전할 계획이던 농수산물도매시장도 다시 따져보기로 했다. 도매시장 이전은 대다수 시민과 상인들이 접근성 등을 감안해 현재의 위치(남구 삼산동)에 재건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조만간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김 시장은 “울산을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로 만드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며 “무엇보다 제대로 시장직을 수행하고, 일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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