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청장 경선은 100표 싸움”… OS요원 동원 맨투맨 로비

새누리 서울 강동구청장 임동규 후보측 운동원 ‘돈 경선’ 구속

검찰이 확보한 임동규 전 의원 측의 불법선거운동 혐의 입증 자료. 금품을 받고 선거운동을 했던 OS요원 B 씨는 검찰에 이 자료를 제출하며 “선거인 명부를 건네받아 전화로 지지를 호소했으며 O X △로 성향을 표시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6·4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 강동구청장 후보인 임동규 전 국회의원을 위해 돈을 뿌리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선거운동원 이모 씨(55·여)가 검찰에 구속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최창호)는 이 씨가 쓴 자금이 임 전 의원에게서 나온 정황을 포착해 선거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선거전이 시작된 이래 서울에서 금품 살포 혐의로 구속자가 나온 첫 사례다.

○ 선거 초반부터 ‘돈 선거’ 의혹…OS요원 동원

검찰이 첩보를 입수한 지 일주일 만에 여당 구청장 후보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아줌마’ 선거운동원 간의 다툼이 외부로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씨와 함께 임 전 의원의 선거를 도우며 한솥밥을 먹던 A 씨(여)와 B 씨(여)는 지난주 초 검찰에 출석해 이 씨로부터 돈을 받은 계좌와 선거인명부에 후보 지지 성향을 기록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당 배분에 불만이 있던 차에 ‘윗선’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B 씨가 A 씨를 설득해 함께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이 씨와 A 씨, B 씨가 모두 ‘OS(아웃소싱)요원’을 하면서 알고 지낸 관계인 점을 확인했다. ‘OS요원’은 재건축·재개발조합이 사업을 진행할 때 건설회사 등이 일당 10여만 원을 주며 동원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주로 30∼50대 주부인 이들은 사업 대상 주민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재개발 동의를 받아내는 역할을 한다.

OS조직이 그대로 선거에 활용된 정황도 나왔다. 이 씨는 ‘조직 총책’ 역할을 하면서 윗선에서 자금을 받아 팀장인 A 씨 등에게 전달하고, A 씨는 이 돈을 나눠 팀원인 B 씨 등에게 일당으로 배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일단 이 씨가 A 씨 계좌로 120만 원을 전달했고 A 씨가 B 씨에게 12만 원을 건넨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자금 추적을 통해 돈이 배분된 흐름을 찾아냈으며, 누군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조직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씨의 윗선이 임 전 의원 캠프 사람인지, 임 전 의원이 직접 지시하고 자금을 조달한 것인지 수사하고 있다.

○ “단 790명 투표…당내 경선은 ‘돈 잔치’”

팀원인 B 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누군가로부터 선거인단 명부와 전화번호를 전달받았고 일일이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며 임 전 의원에게 우호적인지 아닌지를 명부에 ○, ×, △ 표시로 분류하는 일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자신들 외에 호별 방문조, 경선 당일 선거인 동원조도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당내 기초단체장 후보를 뽑는 경선은 선거인단이 워낙 소수여서 명단만 확보하면 쉽게 매수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다고 한다. 책임당원 50%, 일반인 50%로 선거인단이 구성된 강동구청장 경선에는 전체 선거인 수가 17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5일 투표장에 나온 사람은 790여 명(투표율 46%)에 불과했다.

지방의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김모 씨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초단위 선거의 돈 선거는 전국적인 문제”라며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고무신 선거’는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당내 경선에서 돈 살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선관위와 함께 밀착감시활동에 들어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3일 현재 적발된 선거사범은 총 474명. 이 중 금품 관련 범죄가 210명으로 44.3%를 차지했다. 그 밖에 흑색선전 77명(16.2%), 공무원 선거 개입 28명(5.9%), 불법선전 8명(1.7%), 폭력 5명(1.1%) 등이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