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허재호 재산은닉 혐의 1명 체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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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500~600채 아파트 시행업자, 許 자금받아 제3자 명의로 땅 매입”
계열사 법정관리 자료도 확보… 6년전 자금흐름-재산 빼돌리기 수사
2007년 조세포탈-횡령혐의 수사땐 광주시장-전남지사등 구명운동
許 前회장 가족 벌금 분담액 이견

검찰이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의 재산을 은닉한 혐의로 아파트 시행업자 1명을 체포했다. 광주지검 특별수사부(부장 김종범)는 30일 아파트 시행업자 백모 씨가 허 전 회장의 자금을 건네받아 제3자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등 재산을 은닉한 혐의를 포착하고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31일 백 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백 씨는 충남 아산시에 500∼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허 전 회장의 재산을 숨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을 30일 오후 다시 불러 백 씨가 제3자 명의로 보유한 아파트 부지가 허 전 회장의 재산이 맞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이 가족들을 설득해 미납 벌금 224억 원을 가능한 한 빨리 납부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납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100억 원 정도여서 과거 대주그룹이 시행사를 통해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해온 전국 40여 곳의 부동산 가운데 허 전 회장의 은닉재산이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최근 허 전 회장의 아들 등이 뉴질랜드에서 급히 귀국했지만, 가족들 간에 벌금 분담액을 놓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광주지법 파산부에 과거 대주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 자료를 요청해 허 전 회장의 또 다른 횡령 또는 배임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대주그룹 계열사인 대한시멘트와 대한페이퍼텍은 2008년 2700억 원을 무담보로 대주건설에 빌려 주고 2조 원대의 지급보증을 선 뒤 자금 압박으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 같은 계열사 간 비정상적 거래에서 허 전 회장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당시 법정관리 자료를 통해 그룹의 자금 흐름과 재산 빼돌리기 여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두 계열사를 법정관리했던 당시 재판부는 무너져 가는 대주건설에 대한페이퍼텍 등이 자금을 몰아준 것은 배임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하려 했지만 회사 경영진이 160억 원을 변제키로 합의해 고발을 취소했다.

검찰은 또 31일 오전 11시 광주지검, 광주지방국세청, 광주본부세관, 광주시 등이 참여하는 2차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지난달 26일 1차 회의 후 재산 추적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국내에 은닉하거나 국외로 빼돌린 재산의 추적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2007년 허 전 회장이 수백억 원대의 조세 포탈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단체 등이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구명운동을 벌인 사실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건희 기자
#허재호#재산은닉#대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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