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눈만 오면 나타나는 27년 지리산 지킴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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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안전건설과 박용식씨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전남북, 경남 등 3개 도 48만 km²에 광활하게 걸쳐 있다. 지리산 도로 8개 가운데 성삼재(1102m)를 지나는 지방도 861호 도로는 가장 높은 곳을 통과한다. 노고단(1507m) 옆 전북 남원∼전남 구례를 연결하는 총 42km 길이의 ‘노고단 일주도로’는 S자 급커브와 급경사가 많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마(魔)의 도로’로 불린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되는 난처한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전남 구례군 안전건설과 기능 7급 박용식 씨(58·사진)는 1987년부터 이 길에서 27년 동안 500여 차례나 제설작업을 하고 고립된 차량 100여 대의 승객을 구한 ‘지리산 지킴이’다. 그는 13일 오후 5시에도 이 도로에서 고립된 관광버스를 구조했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해발 850m 지점에서 갑자기 내린 폭설에 갇혔다. 버스를 탄 관광객 28명 가운데 26명은 걸어서 하산했지만 몸이 불편한 2명은 버스에 남아 있었다. 박 씨는 눈이 7cm나 쌓인 사고 지점까지 눈을 치우고 염화칼슘과 모래를 뿌리며 올라가 버스가 무사히 내려오도록 도왔다.

861호 도로의 제설작업은 항상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제설차량이라도 눈을 치우다 미끄러지면 30∼40m 아래 절벽으로 추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

박 씨는 “빙판으로 바뀐 급경사 도로에서 염화칼슘을 뿌리다 차량이 수십 m를 미끄러져 가슴이 철렁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면서 “누군가 제설작업을 해야 차가 다닐 수 있고, 맡은 일을 해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리산#구례#안전건설과#박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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