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쪽방촌의 비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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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지은 대만 소유 목조 화교사옥
안전조치 없이 방치… 화재로 2명 숨져

서울 중구 청계천로 수표교 앞 공구상가 건물에서 17일 불이 나 2명이 숨졌다. 이 건물은 1950년대에 지어진 노후 건물로 그동안 수차례 화재 위험이 지적됐지만 토지 소유 문제 등으로 인해 화재 예방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10시 7분경 2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1층 공구상가와 2층 쪽방촌으로 이뤄진 건물에서 상가 18곳, 쪽방 12개가 불탔다. 이 화재로 쪽방에 사는 추모 씨(88·여)와 전모 씨(80·여) 등 2명이 숨지고 6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목격자들은 숨진 전 씨가 연탄불을 갈다가 실수로 불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인근 찜질방 등 구에서 마련한 임시 숙소로 대피한 상태다.

불이 난 건물은 대만 정부가 터를 사들여 1951년 화교들을 위해 지은 ‘화교사옥’이다. 화교들이 떠난 뒤 저소득층 주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오래된 목조 슬레이트 건물이라 그간 수차례 화재 위험이 지적됐고 실제로 3, 4차례 작은 불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마다 놓인 소화기와 소방서에서 설치한 화재 알림용 종 외에 대비시설이 없었다. 서울 중구 측은 “2003년부터 재난위험시설로 지정해 매달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안전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주한 대만대표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애진 jaj@donga.com·변종국 기자
#청계천 쪽방#화교사옥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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