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희 기자의 숨은서울찾기]대학로 ‘짚풀생활사 박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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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과 꼬아 만든 짚신엔 조선시대 여성의 눈물-사랑이…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짚풀생활사 박물관’에 가면 옛 서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시골의 장인이 만든 황소 작품(왼쪽)과 음력 1월 14일 저녁 옛사람들이 액운을 막기 위해 길에 버렸던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오른쪽)가 그렇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짚풀생활사 박물관’에 가면 옛 서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시골의 장인이 만든 황소 작품(왼쪽)과 음력 1월 14일 저녁 옛사람들이 액운을 막기 위해 길에 버렸던 사람 모양의 허수아비(오른쪽)가 그렇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4길 45.’ 대학로의 낡은 철제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가다 보면 아담한 한옥 건물이 눈에 띈다. 인간과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생활 재료 중 하나인 ‘짚’을 주제로 한 ‘짚풀생활사 박물관’. 운영 중인 전시실이 3개뿐인 아담한 박물관이지만 속은 알차다. 시 ‘껍데기는 가라’로 유명한 신동엽 시인(1930∼1969)의 부인 인병선 관장이 199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열었고 2001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1970년대부터 모아온 짚과 관련된 민속자료 3500점이 전시돼 있다.

○ 포인트1=희로애락 깃든 베개와 짚신

장선희 기자
장선희 기자
하찮은 지푸라기도 서로를 꼬면 서민의 희로애락이 깃든다. 과거 가난한 집 처자들은 비싼 실로 만든 베개를 혼수로 해갈 수 없었다. 그 대신 짚을 색색으로 물들여 얼추 비슷하게 베갯모와 인두판을 만들었다. 이곳 소품 하나하나에는 옛 서민의 정취가 오롯이 묻어 있다. 전시실의 ‘머리카락과 짚을 꼬아 만든 짚신’에서는 430년 전 한 여인이 사랑하는 남편을 병으로 떠나보내며 머리카락으로 신을 만들어 묻어줬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람을 닮은 허수아비 짚 인형 ‘제웅’은 다리 밑에 인형을 버려 액운을 쫓고자 했던 옛 사람들의 간절함이 읽힌다.

○ 포인트2=소가 신는 짚 신발


전시실에서는 독특한 신발 한 켤레가 눈길을 끈다. 사람이 아닌, 소가 신던 ‘쇠신’이 그랬다. 소는 발바닥이 약해 고된 일을 하거나 먼 길을 갈 때면 발굽이 갈라지는 경우가 잦았다. 이 때문에 짚으로 만든 신발을 신도록 한 것이다.

전남 곡성의 임채지 장인이 만든 큰 황소 인형은 실제 살아있는 소를 보는 것 같았다. 인 관장이 “짚풀 박물관의 대표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 인형은 우락부락한 일소의 어깨 근육과 고삐를 매기 위해 소의 코를 뚫어 끼운 코뚜레, 목에 달린 워낭 등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이 밖에 곡식을 담기 위해 짚으로 엮어 만든 ‘섬’, 옛날 비옷 ‘도롱이’까지 우리의 농경사회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매 주말에는 이곳에서 직접 짚을 꼬아 인형을 만드는 체험교실이 열린다. 15일에는 달걀꾸러미와 보릿짚 컵받침·빗자루를, 16일에는 짚뱀 인형과 복조리를 만든다. 30분간 전시해설을 듣고 50분 동안 만들기를 진행한다. 예약하는 게 좋다. 체험료는 1만∼1만2000원. 02-743-8787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대학로#짚풀생활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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