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원홍]국기도 못들고 입장한 인도 선수단… 한국 스포츠도 남의 일만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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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2014 위대한 도전’]

이원홍 기자
이원홍 기자
몸과 몸의 정직한 대결을 통해 신체의 건강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정신을 함께 기르고자 한 것이 고대 올림픽의 이상이었다. 모두가 신(神) 앞에 평등한 존재였을 뿐인 참가자들은 한 명의 순수한 인간으로서 이 스포츠 제전에 참가하기 위해 알몸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오늘날 스포츠의 세계가 이러한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은 드물다. 한순간에 수십억 명을 TV 앞에 불러 모을 수 있는 현대 스포츠는 첨예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인도 선수들이 자국 국기를 들지 못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오륜기 깃발 아래 입장한 것은 현대 스포츠의 영광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IOC는 2012년 인도올림픽위원회(IOA)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고 인도 선수들은 인도 국기를 들고 IOC가 주최하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IOC는 이 같은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비정상적인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올림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했다. IOA의 전 회장 등 수뇌부는 영연방 국가들의 국제대회인 2010 뉴델리 커먼웰스대회와 관련해 대거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IOC는 이 인물들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IOA는 또다시 커먼웰스대회 부패 혐의로 10개월여 구속됐던 인물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등 IOC와 갈등을 빚었다. IOC는 이 과정에서 인도 정치권이 IOA의 핵심 보직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인도 선수들이 자국 스포츠시스템의 부패에도 불구하고 개인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이다. 그것은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어 보편적 인간의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올림픽 정신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 선수들은 자신들이 경기에 나설 때마다 자국 스포츠의 부패 상황이 거론돼 수치심을 등에 지고 뛰게 됐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계 또한 이를 편안하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최근 체육계 비리 감사에 따르면 부패와 횡령을 비롯한 온갖 비리가 적발됐고 10개 단체가 수사를 받고 7개 단체의 협회장이 사퇴했다. 누가 인도 스포츠계에 돌을 던질 것인가. 국내 스포츠계의 개혁 또한 그만큼 절박하다. 다만 그 개혁이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스포츠의 순기능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한국 스포츠가 산다.

이원홍·스포츠부 bluesky@donga.com
#인도 선수단#한국 스포츠#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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