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롯데홈쇼핑, 납품업체서 수십억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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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물품공급 대가로 챙겨”
윗선상납-비자금조성 여부 등… 그룹전반 수사로 확대 가능성

검찰이 TV와 인터넷, 모바일 쇼핑몰 업체인 롯데홈쇼핑 측이 납품업체들로부터 거액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과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 체제가 출범한 뒤 사실상 첫 대기업 비리 수사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해 7월부터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이달 말 결론을 내고 관련 내용을 검찰에 이첩할 예정이어서 이번 수사가 롯데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롯데홈쇼핑 임원급 간부 A 씨가 최근 수년간 롯데홈쇼핑 상품부문장을 맡으면서 여러 납품업체들로부터 물건을 공급할 수 있게 해 주는 대가로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납품업체들 쪽에서 A 씨 쪽으로 흘러간 액수가 거액이고, 혼자서 여러 업체들을 관리하면서 뒷돈을 받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윗선으로 상납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특히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회사 차원의 비자금이 조성됐는지, 롯데그룹 차원에서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조만간 검찰은 납품업체와 롯데홈쇼핑 측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홈쇼핑 업계에서 홈쇼핑 사업자 및 상품기획자(MD)는 납품업체들에 ‘슈퍼 갑’으로 인식되고 있다. 명품이나 대기업 상품을 제외하고 홈쇼핑에 납품되는 상품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나 신생 회사 물건으로 홈쇼핑 방송과 인터넷을 통한 홍보 기회를 얻기 위해 로비가 치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검찰은 홈쇼핑 업체 납품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 홈쇼핑 MD 등 27명을 무더기로 기소하기도 했지만 당시 롯데홈쇼핑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그룹은 2006년 태광그룹과의 ‘우리홈쇼핑’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이듬해 롯데홈쇼핑을 출범시켰다. 이와 관련해 2010년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때 우리홈쇼핑 인수를 위해 두 그룹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롯데쇼핑이 해외투자금을 손실 처리하고 국내로 수익을 가져오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역외탈세 의혹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은 탈세 과정에서 조세회피처인 홍콩의 한국계 회계법인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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