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철새’를 어쩌나… 가창오리떼 북상하는 3월이 고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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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림저수지 가창오리 고병원성 AI 확인

20일 전북 고창군 성내면 동림저수지로 통하는 도로. 주변 5곳에 방역차량과 대형 소독기가 설치돼 차량 출입을 꼼꼼히 막고 소독약을 뿌렸다. 16일 동림저수지에서 죽은 가창오리 사체를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팀이 분석한 결과 인근 고창 오리농장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고병원성 ‘H5N8’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나왔기 때문. 20일까지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와 쇠기러기 큰고니 등 철새 120여 마리가 폐사했다. 고창군에서 부안군까지는 약 10km 떨어져 있고 농가들 사이에 교류가 없었다는 점에서 철새가 이동하며 흘린 배설물로 AI에 감염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저수지 출입은 철새와 인근 마을 20여 가구 주민, 방역요원들만 가능했다. 17일 이전까지 가창오리의 군무를 사진에 담고 즐기려는 사진작가와 탐방객들이 몰린 것으로 확인돼 AI의 전국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가창오리와 기러기, 큰고니 등 철새 20여만 마리가 월동 중이다.

○ 생태탐방객 차량·신발로 AI 확산?

동림저수지는 1914년 처음 완공됐고 이후 수차례 확장과 개보수를 거쳤다. 면적은 2739만 m².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는 “10여 년 전 저수지를 준설하면서 수심이 깊어져 겨울철에도 얼음이 얼지 않자 가창오리 등 철새가 많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가 처음 발견된 것은 16일. 인근 만각동 마을 이장 이모 씨(63)는 “최근 10여 년간 가창오리가 죽어 저수지로 밀려온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동림 저수지를 중심으로 반경 10km 안에는 270여 곳의 오리 닭 사육농가가 있다.

지난해 말 가창오리 떼가 저수지로 찾아오자 전국에서 사진작가와 생태탐방객이 평일 100명, 주말이면 300명이 넘게 방문했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은 평일 70∼80대, 주말에는 200대가 넘었다고 한다. 가창오리의 AI 잠복기가 2일∼3주일인 점을 감안하면 AI 잠복기로 추정되는 기간 동안 약 3500명, 차량 1400대가 이 저수지를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온 탐방객과 사진작가들이 저수지 둑 주변에 차량을 세워놓고 철새를 촬영하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차량과 신발에 철새 분비물이 묻어 전국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가금류 이동 철저히 막아야

전북지역에서 겨울 철새는 통상 전북 군산시 하굿둑∼부안군 줄포만∼동림저수지 등으로 이동한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오리 농장의 고병원성 AI는 가창오리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가창오리가 올해 2월 말까지 동림저수지와 금강호 등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창오리가 북상하면서 새만금이나 금강호로 이동하거나 삽교호를 잠시 경유할 수도 있다.

AI 공포가 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2008년 4∼5월(43일)을 제외하고 역대 AI 발생기간은 대부분 100일을 넘겼다.

조류질병학 전문가들은 이번 AI가 철새의 이동경로에 따라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AI 발생 지점이 철새 이동 경로와 일치한다는 것. AI가 발생한 오리 농가와 동림저수지 모두 국도 23호선에서 1∼2km 이내에 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설날 연휴 때까지 AI 확산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방역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조류 전문가는 “날씨가 추워지면 전남이나 경남 쪽으로 철새가 이동할 수 있다”며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그러나 한국조류학회장을 지낸 이두표 호남대 교수는 “가창오리가 비행할 때 분비물을 배설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반박했다. 조경오 전남대 수의학과 교수도 “AI에 걸린 철새들 중 저항력이 약한 개체가 계속 폐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AI의 전국적인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방역 대책을 내놓았다. 농식품부는 가창오리의 주요 이동 경로를 감안해 영암호와 동림저수지, 금강호 등 전남과 전북의 주요 철새도래지에 대한 예비관찰을 집중 실시하고 환경부의 협조를 얻어 해당 지역의 사람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다.

고창=김광오 kokim@donga.com·이형주 기자
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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