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교과서 관리할 독립기구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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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편수기능 강화 논란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교과서를 편집하고 수정하는 ‘편수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을 두고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돌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전환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야당과 좌파 진영에서는 사실상 국정교과서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개별 교과서의 이념 편향성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립 구도가 교육부의 검정 개입 문제로 번지는 양상을 보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10일 “편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국정교과서 전환과 무관하다. 교과서의 정확성을 높이려는 절차이므로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교과서 정책은 교육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자 책임이며 교과서 검정은 업무상 효율성을 감안해 외부 기관에 위임해 시행해왔다”면서 “교육부가 편수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현행 검정 위임 체제를 유지하되 교육부가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부에서 교과서를 총괄하는 교과서기획과에는 3명이 국정 53종, 검정 42종, 인정 494종의 도서를 관리하고 있다. 사실 교과서 규모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교육부의 방침을 일제히 비판하며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검정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한다. 역사왜곡 교과서를 밀어붙인 교육부 장관이 책임지고 물러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교육부의 편수조직 부활은 유신독재적 발상”이라며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공방이 격해질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중립적이고 독립된 교과서 책임 기구를 만들어 집필 기준 마련부터 검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편수조직을 강화한다고 해도 교과서가 이념과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교과서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는 현장의 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처럼 독립적인 시스템을 갖춘 상설 위원회를 만들되,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대한 전문가와 교육전문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교육부 외부의 상설기구가 사실에 충실한 역사 교과 내용을 선정하는 기준을 세우고, 검정과 감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이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가칭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정부 부처가 중심이 되는 시스템이라면 교과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역사 전쟁으로 비화하고 국론이 분열되는 문제를 종식시키려면 정권과 이념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설 기구를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5년 참여정부 때 교육부 장관을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교과서 선정에 원천적으로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교육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여야 정치권, 행정부,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이 포함된 법적기구인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고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도 현재 역사교과서 검정 기능을 가진 국사편찬위원회를 대신해 정권 교체나 좌우 진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기구화한 교과서검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
#교육부#편수조직#독립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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