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높이 맞춘 SNS 수업… 졸던 교실에서 두눈이 번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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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교육단체 ‘아띠’ 공경용 대표

전북 정읍시 칠보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공경용 아띠 대표. 칠보초등학교 제공
전북 정읍시 칠보초등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공경용 아띠 대표. 칠보초등학교 제공
한 학년이 9명에 불과한 전북 정읍시 칠보초등학교에는 매주 화요일 특별한 선생님이 찾아온다. 아이들은 그를 ‘키다리 아저씨’ 또는 ‘우리 삼촌’이라고 부르곤 한다.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는 바로 비영리 교육단체 ‘아띠’의 공경용 대표(33).

2011년 4월 우연치 않게 이 학교의 일일강사로 초빙된 공 대표는 참담한 경험을 했다. ‘예술적 창의성을 통한 더 나은 세상 만들기’를 주제로 강의를 했지만 학생의 절반은 졸았고, 나머지도 대부분 먼 산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주제는 그가 평소에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던 내용이었다.

오기가 발동한 공 대표는 스스로 다시 강의를 하겠다고 학교에 요청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에게 맞춰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주제로 삼고 설명 방식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진행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처음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이 달라지자 이제는 학교에서 강의를 부탁했다. 대도시보다 교육 여건은 떨어지지만 호기심과 열정만큼은 도시 아이들 못지않았던 아이들. 시간이나 비용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 초롱초롱한 눈빛이 공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 그는 자비로 매주 칠보초등학교와 전남 함평군의 월아초등학교 두 곳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 교실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에 공감해 동참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봉사활동의 규모가 커졌고 급기야 좀더 조직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비영리 교육단체인 ‘아띠’까지 만들게 됐다.

아띠에는 기업 대표, 아나운서, PD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는 삼성전자 사회공헌팀 후원으로 관련 교재를 제작했고 전남·북 교육청은 ‘아띠’의 활동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활동도 폭넓게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매주 학교와 가정에서 남은 밥과 재료를 가져와 주먹밥을 만들어 지역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하는 ‘주먹밥 프로젝트’, 역할극 등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왕따 퇴치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공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구상하고 있는 무료 봉사 모델의 10%도 채워지지 않았다는 것. 그는 “봉사를 봉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여기는 사회, 봉사 단체가 상생의 기업으로 자리잡는 시대가 될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아띠#공경용#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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