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김 샜다

  • 동아일보

전남 김 양식 흉작… “수요 높아 수확량 반토막”

“30여 년간 김 양식을 했지만 갯병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작황이 형편없습니다. 정말 막막하네요.”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는 이홍재 씨(57)는 9일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무 살 때부터 김 양식을 해오며 현재 한국 김산업 어민회 전국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전국 4000여 김 양식 어민 가구가 올해 김 양식 작황이 나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남은 전국 김 양식 어가의 70%, 양식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김 주산지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4일까지 도내 물김 생산량이 1만2125t으로 지난해 1만8357t에 비해 34%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김은 흉작이라는 평가다.

김 생산 시기는 10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10월부터 12월까지 이른 시기에 생산되는 잇바디 돌김은 전체 생산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일반 김(방사무늬)은 12월 말부터 본격적인 채취가 이뤄진다.

김 흉작은 높은 수온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인 김 채묘(종자 파종) 뒤 해수온도가 평년에 비해 높은 것이 악재였다. 평년 해수온도는 김 채묘 시기에 20도를 기록하다 10여 일이 지나면 15∼16도로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채묘 시기에 해수온도가 20도를 기록한 뒤 한동안 같은 온도가 지속됐다. 김의 최적 성장 해수온도는 11∼15도인데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김 갯병이 기승을 부렸다. 어민들은 갯병이 걸린 김을 떼어내고 영양제를 뿌리며 방제에 안간힘을 썼지만 갯병이 계속 번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박영남 한국 김산업 어민회 고흥지회장은 “평년에는 1주일이면 사라지던 갯병이 한 달 넘게 지속됐다”며 “김 수확이 절반 이상 줄어 파산하는 어가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수온은 김 이외에 미역, 다시마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어민은 해수가 여름철에는 저수온, 가을철에는 고수온으로 이상현상을 보이는 게 중국에서 유입되는 물 덩어리(해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 역학조사를 요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흉작은 양식 어가 이외에 김 가공공장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국 마른김 생산자협회 정경섭 회장은 “올해 물김 품질이 좋지 않아 말려도 윤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채묘 시기 고수온으로 김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김은 겨울철에 6차례 수확이 가능하지만 앞으로 평년수온을 회복하더라도 3∼4차례밖에 수확하지 못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현재 해수온도가 평년기온인 11.5도보다 1도 정도 높은 12.5도가 지속되고 있어 바다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남도는 김 수확량은 감소하겠지만 겨울철 채묘를 다시 해 생산량이 약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흥지역은 겨울철 채묘가 힘들어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지만 해남·진도지역은 채묘가 가능해 수확량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 박은정 연구사는 “가을철 고수온으로 김 작황이 부진했지만 겨울철을 맞아 어느 정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 양식#흉작#수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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