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북성로지점 ‘우현서루’ 재현
근대 골목투어 1코스 홍보 나서 “역사공간 뜻 살려 장학금도 마련”
대구 중구, 옛길 복원사업 추진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은행 북성로지점에 마련된 우현서루 전시관에서 직원들이 일제강점기 복장으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 지점은 매주 금요일 이 같은 옷차림으로 근무한다. 1904년 설립된 우현서루는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한학 등을 가르친 곳이다. 대구은행 제공
“여기 은행 맞나요?”
18일 대구 중구 수창동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일제강점기 때 한복과 교복을 입은 은행 직원들의 모습을 본 고객들의 반응이다. 정호강 지점장(53)은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고객을 맞았다. 정 지점장은 “이곳에 옛 우현서루(友弦書樓)가 있었던 역사적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달부터 시작했다. 금요일마다 이 차림으로 근무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서성로와 북성로가 만나는 지점에 설립됐던 우현서루의 복원 그림. 우현서루의 초기 운영자인 이일우의 손자 이합희가 고증하고 화가 김일환이 그렸다. 대구은행 제공우현서루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로 널리 알려진 대구 출신의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의 조부 이동진이 1904년 사재로 건립한 글방이다. 우현(友弦)은 ‘어질고 현명한 인물들과 벗을 삼는다’는 뜻이다. 일제강점기에 장지연 박은식 이동휘 등 애국지사 150여 명이 학문을 익히며 지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1911년 일제가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폐쇄했다. 1921년 이 자리에 대륜중·고교의 전신인 교남학원이 설립됐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근대골목투어 1코스로 방문객이 점차 늘면서 대구은행 직원들이 홍보에 나섰다.
은행지점 입구 옆에는 작은 전시관이 생겼다. 당시 우현서루 모습과 변화 과정을 담은 사진과 그림, 교남학원 등 역사자료 10여 점을 전시했다.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대구의 자랑이 된 골목투어가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마련한 것”이라며 “인재를 배출했던 역사적 공간의 뜻을 담아 내년부터 우현서루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구와 대구수제화협회는 지난달 향촌동에 공동판매장 ‘편아지오’를 열었다. 올해 5월 공동브랜드 개발과 수제화골목(300여 m)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육성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회원 업체 30여 곳이 손으로 만든 신발과 구두 등 500여 종을 판매한다. 우종필 대구수제화협회 대표(49)는 “한동안 경기 침체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유동인구가 늘어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다음 달에 바자회를 열어 내년에 축제가 발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근대골목투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구시와 중구는 다양한 기록을 남길 계획이다. 끊어진 1000여 개 골목길을 잇고 역사 이야기를 발굴하는 옛길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변 한옥을 관광자원과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업도 한다. 지난해 관광객은 6만5000여 명, 올해는 20만 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브랜드 대상과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더 많은 참여와 소통으로 골목투어가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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