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계명대 동산의료원 은혜정원에서 열린 의료선교사 하워드 모펫 부부 유해 안장식에서 막내아들 샘 모펫 씨(오른쪽)와 외손자 이언 테일러 씨가 묘비에 헌화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대구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 옆 ‘청라언덕’ 주변은 100여 년 전 근대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 청라언덕(담쟁이덩굴 언덕)은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이 만든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대구근대골목투어 출발점이어서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의료선교사 사택을 개조해 만든 의료·선교·교육역사 박물관 3곳은 대구의 관광 명소다. 선교사가 남긴 의학서적과 의료기기, 사진 자료, 근대 유물 등 8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건축물은 대구시 유형문화재(24∼26호)로 지정됐다.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이 서양식 진료소 ‘제중원’을 세우면서 출발한 동산의료원은 곳곳에 선교사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선교사들의 헌신적 봉사는 114년 병원 역사의 뿌리다.
25일 의료박물관 옆 은혜정원에서 미국인 하워드 모펫 의료선교사와 부인 마거릿의 유해 안장식이 열렸다. 계명대 법인 정순모 이사장과 신일희 총장, 김권배 동산의료원장, 이세엽 동산의료선교복지회장 등 교직원 200여 명이 고인을 추모했다. 모펫의 막내아들과 외손자 등 유족도 함께했다.
모펫은 올해 6월 2일 96세로 별세했다. 1917년 한국 초대 선교사 새뮤얼 모펫 목사의 넷째아들로 평양에서 태어났다. 1939년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1948년(31세)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1949∼93년 45년간 동산병원장과 계명대 법인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병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식 병원을 지었고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1960년대에는 간호학교를 설립해 무료로 교육하고 한센병(나병) 전문 치료 시설인 애락원(서구 내당동)을 세워 환자를 돌봤다. 중국과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서 800차례가 넘는 의료봉사도 펼쳤다. 부인 마거릿도 해외 모금운동을 벌이는 등 힘을 보탰다. 마거릿은 2010년 1월 94세로 별세했다. 막내아들 샘 모펫 씨는 “부모님은 떠나시는 날까지 ‘대구는 나의 집’이라고 그리워하시며 항상 기도를 잊지 않았다. 동산의료원이 봉사정신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산의료원은 올해 6월 존 시블리의 유해 안장식도 열었다. 지난해 6월 86세로 세상을 떠난 시블리는 1961∼69년 동산의료원 외과에 근무하면서 당시 구하기 어려웠던 미국 의학 전문지와 외과 서적을 보급해 의료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동산의료원은 최근 1층 병동 입구에 의료원 역사관을 개관했다. 역대 선교사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조각상과 시대별 사진 등 30여 점을 전시했다. 김권배 동산의료원장은 “병원 역사와 선교사들의 활동을 돌아보며 의료인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