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학병원 로봇수술 잇단 확대… ‘메디시티’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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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의료원 2년만에 300명 수술 성공… 칠곡경북대병원 부인과 질환 강점
영남대의료원도 9월부터 본격 나서

계명대 동산의료원 로봇수술센터에서 의료진이 로봇조종장치(콘솔)에 나오는 확대 영상을 보면서 심장 수술을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 로봇수술센터에서 의료진이 로봇조종장치(콘솔)에 나오는 확대 영상을 보면서 심장 수술을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가슴에 상처가 거의 남지 않아요.”

지난달 로봇 심장 수술을 받은 양모 씨(43·여)는 일주일 만에 퇴원해 직장에 복귀했다.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피가 거꾸로 흐르는 폐쇄부전증으로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거의 완쾌됐다. 양 씨는 “수술 통증이나 후유증도 별로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양 씨를 치료한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지방에서는 드물게 로봇 심장 수술을 성공했다. 풍부한 수술 경험과 기술력 덕분이라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 로봇 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퇴원이 10일 이상 빠른 것이 장점. 일상생활이 가능한 회복 기간도 최대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 기존 수술은 가슴을 15cm 이상 열어야 하지만 로봇을 활용하면 1cm 미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 상처가 별로 없어 실로 꿰매지 않아도 된다. 성인 손가락의 절반 크기인 로봇 팔 4개가 환자 가슴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세밀한 수술을 한다. 360도 회전도 가능해 사람 손이 미치지 않는 곳도 수술할 수 있다. 의사는 별도 로봇조정장치(콘솔)에 앉아 3차원 확대 영상카메라를 보며 조종기로 집게나 바늘 등의 수술기구가 달린 로봇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김재현 교수(흉부외과)는 “출혈이 적은 데다 추가 감염이나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이 보유한 로봇 장비(다빈치)는 국내에 6대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2년여 만에 암 환자 300여 명을 수술했다. 올해 3월 지역에서 처음으로 폐암 수술을 성공하는 등 로봇 수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의 로봇 수술이 활발하다. 전문의들의 관련 연구도 잇따라 ‘메디시티(의료도시) 대구’ 브랜드 향상과 의료관광 기반 확충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칠곡경북대병원 부인암센터(북구 학정동)는 최근 전국 처음으로 부인과 질환 로봇 수술 300건을 달성했다. 2008년 1월 로봇 수술을 도입한 후 5년여 만이다. 부인과 로봇 수술은 임신을 해야 하는 젊은 여성의 자궁 근종 및 난소 종양 치료에 활용된다. 부인암센터 이윤순 교수는 로봇 수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대, 교토대 등의 의사 50여 명이 그를 찾아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 교수의 로봇 수술에 관한 연구 논문 3편은 최근 국제부인암학회지에 실렸다. 그의 ‘로봇 임파선 절제술’은 지난달 이 학회지 표지 논문으로 채택됐다.

이 병원 최규석 대장암센터장(외과학교실 교수)은 6월 영국 포츠머스 퀸 알렉산드라 병원에서 열린 ‘제3회 복강경 직장암 수술 국제심포지엄’에 초청돼 로봇 수술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장암센터는 ‘제1차 아시아 로봇 대장암수술학회’도 열었다. 미국 일본 홍콩 이탈리아 대만 등 8개국 회원 300여 명의 전문가가 참가해 대구의 의료 수준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최 교수는 미국복강경학회 및 대장항문학회 정회원과 미국로봇외과학회 창립 멤버, 시카고 일리노이대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영남대의료원은 6일 로봇 수술 장비를 설치한다. 이 병원은 시험 가동을 거쳐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로봇 수술을 시행할 계획이다.

로봇 수술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비싸고 대상 환자가 한정되는 것이 흠. 로봇 심장 수술비는 1000만∼1500만 원 정도로 일반 수술의 2배 이상이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혈관 상태가 좋지 않은 70대 이상 환자는 위험도 따른다. 동산의료원 김재현 교수는 “로봇 기술 향상과 의료 경험이 쌓이면 대상 환자와 수술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며 “비용 절감은 의료기관들이 힘을 모아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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