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방사기-손도끼로 공격… 막장 ‘층간소음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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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쇠던 일가족 6명 부상입힌 40대, 살인미수 등 혐의 징역 7년 선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다세대주택 1층에 사는 박모 씨(49·무직)는 평소 위층 홍모 씨(67) 집에서 나는 소음을 참지 못했다. 층간 소음으로 수년 전부터 마찰을 빚어 왔다. 과대망상증을 앓던 박 씨는 평소 위층의 작은 소음도 크게 느껴 괴로워했다.

설날인 2월 10일 오후 1시 20분경 박 씨는 위층에서 소음이 들리자 며칠 전부터 준비한 각종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원예용 분무기엔 물 대신 석유를 넣고 분출구 부분에 나무판을 덧대 부탄가스통을 연결했다. 가스통 입구에 토치(불을 붙이는 도구)까지 부착해 분무기는 ‘화염방사기’가 됐다. 50cm 대패 날엔 17cm짜리 나무를 손잡이로 부착해 장검으로 만들었다. 길이 41cm(날 길이는 11cm)짜리 손도끼까지 허리에 찼다. 장검은 어깨에 둘러멨다. 방독마스크를 쓴 박 씨는 석유가 든 맥주병 10개를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양손에 쥐었다. 박 씨는 위층에 올라가 홍 씨 집 문을 열고 맥주병 여러 개를 집어 던졌다. 이어 화염방사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불길을 사방에 뿜었다. 방바닥에서 시작된 불길은 벽과 천장으로 금세 번졌다.

당시 홍 씨 집엔 설을 맞아 아들 내외와 두 살배기 손녀 등 6명이 모여 있었다. 화염이 치솟자 가족들은 거실 베란다, 안방 창문 등으로 뛰어내렸다. 박 씨가 도끼를 휘둘러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 씨는 거실 베란다에서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홍 씨 부인(60)을 장검으로 수차례 내리쳤다. 일가족 6명은 골절, 화상 등 부상을 당했다. 화재로 1억96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도 입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박 씨에게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층간소음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해도 불을 질러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망상장애로 일시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해 있었던 상태이고 범행을 뉘우치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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