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해수욕장 성추행-도촬 꼼짝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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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해경 소속 여경들 특별수사대로… 을왕리-왕산 해수욕장 성범죄 단속
다친 피서객 응급처치 등 인명구조도

인천해경 여성 경찰관으로 구성된 성범죄특별수사대가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인천 을왕리와 왕산해수욕장에서 성범죄를 단속한다. 해양경찰청 제공
인천해경 여성 경찰관으로 구성된 성범죄특별수사대가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인천 을왕리와 왕산해수욕장에서 성범죄를 단속한다. 해양경찰청 제공
16일 오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푸른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코발트빛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한 20, 30대 여성 7명이 백사장에서 단체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이날 한낮 수은주가 30도 가까이 올라가면서 여성들의 얼굴에는 연방 구슬땀이 흘러내렸지만 동작에 맞춰 뿜어내는 구령은 우렁차기만 했다.

이들은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여성 경찰관. 7, 8월 인천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을왕리와 왕산해수욕장 등에서 ‘성범죄특별수사대원’으로 근무한다. 여성 피서객들이 안심하고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성범죄 단속 활동에 나서는 것.

지난해까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만 특별수사대를 운영한 해경은 올해 인천과 강원 경포대, 충남 대천, 제주 중문해수욕장 등 전국 5개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경이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각종 성범죄 혐의로 적발한 피의자는 2010년 7명에 불과했으나 2011년 19명, 2012년 27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수사대원들은 대부분 태권도와 유도 등 무술 유단자로 서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는 경비함이나 파출소에서 근무했다. 또 부상을 입은 피서객에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인명구조 자격증도 갖고 있다. 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여경도 수사대원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앞으로 24시간 해수욕장을 누비며 여성 피서객에 대한 성폭행이나 물속에서 성추행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해수욕장 이용객이 많이 몰리는 날에는 일반 피서객과 같은 옷차림으로 해변 곳곳을 순찰하며 성범죄를 단속할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찍는 ‘도둑촬영’을 망루에 올라가 망원경으로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특별수사대를 배치해 단속한 실적 중에는 도둑촬영 행위가 가장 많았다.

현장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과 피의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한 뒤 해경에 신병을 넘긴다. 해경은 여성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조사를 여성 경찰관에게 맡기고, 상담이나 정신적 치료 같은 피해자 구제지원 서비스도 함께 한다.

해수욕장에서 사고로 다친 여성 피서객을 응급처치하거나 성범죄 피해자와 미아를 보호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앞서 해경은 휴가철 피서객에 대한 구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양경찰학교에 해수욕장 안전관리 전문과정을 개설해 수사대원이 인명구조 훈련을 받도록 했다.

또 해경은 해수욕장에 제트스키나 수상오토바이를 배치하고, 이들 장비를 운전하고 수사대원을 지원하는 남성 경찰관도 함께 배치할 계획이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이상희 경사(36·여)는 “해수욕장에서 낯선 남자가 다가오면 일단 경계하는 게 좋다”며 “도둑촬영이나 성추행과 같은 피해를 당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주변 사람이나 해양긴급신고번호 122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다음 달 15일까지 인천지역 32개 초등학교를 돌며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특공대 구조요원이 강사로 나서 어린이들에게 물놀이 안전수칙과 응급상황에 따른 대응 요령을 가르친다. 032-650-2112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을왕리해수욕장#여성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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