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봤다” 신고받고도 경찰이 묵살… 눈앞서 또 놓칠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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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우 부산서 25일만에 검거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 중 감시 소홀을 틈타 달아났던 탈주범 이대우 씨(46)가 14일 부산에서 검거됐다. 탈주한 지 25일 만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4일 오후 6시 55분 해운대역 주변에서 검문검색 도중 부산 제2저축은행 앞길에서 이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운대해수욕장과 해운대 기차역 사이 도로를 순찰하던 경찰 2명이 가발에 모자를 눌러 쓴 이 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3단봉을 길게 뻗은 채 “이대우 씨”라고 부르자 이 씨는 놀라 뒤돌아봤다. 당황한 이 씨는 저항할 틈도 없이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머리가 복잡해 생각을 좀 하려고 사람이 많은 해운대에 왔다”고 말했다. 체포 직전인 오후 5시 10분경 해운대 인근을 지나는 버스에서 “이대우 닮은 남자가 수갑을 떨어뜨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확인 중이다. 경찰은 일단 이 씨가 이날 오후 6시경 울산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를 탔기 때문에 신고된 남자는 다른 범죄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검거 당시 이 씨는 저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탈주 당시 차고 있던 수갑은 없었으며 가발에 베이지색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있었지만 허리춤에선 과도가 발견됐다. 경찰은 검거 직후 신원을 확인한 뒤 해운대경찰서로 연행해 도주 경로 등만 조사하고 곧바로 남원지청으로 신병을 이송했다.

경찰은 14일 각 터미널과 철도역 공항 항만 등에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씨는 13일에는 부산에서 울산으로 이동해 모텔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14일 울산에서 다시 부산으로 손쉽게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앞서 10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동생을 만나 도피자금 17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지난달 27일에도 서울에 잠입해 교도소 동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딸을 만나고 싶어 서울에 갔지만 사는 곳을 몰라 만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부산에서 목격된 것은 13일 오전 8시 40분경이다. 수영구 민락동의 한 철거 대상 주택에서 작업 전 안전상태를 확인하던 김모 씨(50)가 이 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다락방에 누워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6시 50분경 부산 동래경찰서 온천3파출소에 “동방 오거리 폐가촌에서 이 씨를 봤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이 파출소는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2시간 반 뒤인 오후 9시 20분경에야 민락동 철거주택과 가까운 부산 남부경찰서 광민지구대에 전화로 신고 내용을 통보했다. 지구대는 1분 뒤 김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김 씨는 “신고한 지가 언젠데 이제 전화를 하느냐”며 끊어버렸다.

김 씨는 이어 4분 뒤인 9시 24분경 112로 전화해 “이대우 비슷한 사람을 봤다고 아까 신고했는데 경찰이 이제야 내게 전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상부의 지시를 받은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는 김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오후 9시 50분경 집 근처 포장마차에 있던 김 씨를 찾아 이 씨를 봤다는 폐가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 부산경찰청 상황실에 보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신고한 지 6시간 25분이 지난 14일 오전 1시 15분경 폐가 주변을 한 차례 수색했고 오전 7시 반경 폐가에서 플라스틱 그릇 등을 수거했다. 오전 9시 10분경 그릇에서 지문을 채취해 오전 10시 55분경 이 씨 것임을 확인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지문을 확인하는 데까지 16시간 5분이 걸린 것.

이 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2시 52분경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다 수갑을 찬 채 도주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150여 차례에 걸쳐 전국을 돌며 6억7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폐가에서 이 씨를 발견하고 신고한 김 씨에게 현상금(100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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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우#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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