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그 형사에 또 잡혀… 참 기구한 내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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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털다 옥살이 후 출소한 40대, 훔친 골프채 팔다 이름 남겨 덜미

유모 씨(40·절도 등 전과 9범)는 3년 전 빈집을 털다 붙잡혀 2년 6개월간 실형을 살고 지난해 9월 출소했다. 하지만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올해 2월부터 서울 시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골프채를 훔치기 시작했다. 주로 새벽에 트렁크 안이 들여다 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털었다. 골프채가 눈에 띄면 소형 공구로 트렁크 뒤 유리를 부수고 골프채를 꺼냈다. 그는 12회에 걸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골프채 11세트(2700만 원 상당)를 훔쳐 중고 골프용품 매장에 팔았다.

그러나 유 씨는 한 중고골프 매장 업주의 신고로 5일 경찰에 붙잡혔다. 골프 상식이 없어 보이는 유 씨가 고급 골프채를 팔려고 하는 게 이상해 장물로 의심하고 신고한 것.

출동한 경찰은 유 씨가 물건을 팔 때 적어놓은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보자마자 “내가 잡았던 그 범인”이라며 무릎을 쳤다. 그 경찰은 유 씨가 3년 전 빈집털이를 했을 때 잡은 강력팀 형사였다. 유 씨는 조사과정에서 이 경찰을 향해 “참 기구한 운명”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유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장물인 줄 알면서도 골프채를 매입한 윤모 씨(44) 등 골프용품 매장 운영자 5명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골프채#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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