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 경리 "저질 성희롱 트윗 더는 못참아" 분노의 고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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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분노의 하이킥’ 날리다

9인조 걸그룹 나인뮤지스 멤버 경리(본명 박경리·23·사진)는 4일 자신의 트위터를 보다가 성적 수치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경리, 권지용 ××을 핥다(@ibjotdrgn)’란 이름의 트위터리안이 입에 담지 못할 만큼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담긴 트윗을 자신에게 연이어 보낸 걸 봤기 때문이다. 경리는 권지용(5인조 남성그룹 빅뱅의 리더 G-Dragon·25)과 아무런 관련도 없기에 더 황당했다.

경리는 참다못해 “정신 차리세요”라고 트윗을 날렸지만 저질 욕설의 강도는 매일 높아져만 갔다. “너 덮치고 싶어. 니 ××에다 내 ×××를 한바탕 풀고 싶어” “경리는 ×레”라는 악성 트윗이 이어졌다. 소속사 스타제국이 7일 이 트위터리안에게 “경리에 관한 글을 모두 삭제하고 회사로 찾아와 직접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경리는 13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모욕죄 혐의로 이 트위터리안을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이 트위터는 누리꾼들의 신고로 현재 이용이 정지된 상태다.

스타제국 관계자는 “경리가 모욕감에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 업계에서도 욕설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며 법적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반드시 용의자를 잡아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게 경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부분의 연예인이 악성 트윗에 시달리면서도 이미지 때문에 쉬쉬하며 넘어가왔는데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연예인들의 무더기 고소가 나올 수도 있어 업계 종사자들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수많은 팬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눌 만큼 가까운 사람은 적어 ‘군중 속의 고독’에 시달린다. 그래서 개인 트위터를 정서적 안식처 삼아 속내나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대중과 교감해왔는데 이마저도 악성 트윗에 더럽혀지고 있어 분노가 크다. 경리는 “그동안 트위터로 팬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위안받아왔는데 이번에 악성 트윗을 받고 나선 트위터가 무서워졌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상 악성 게시글이나 댓글은 연예인이 안 보면 그만이지만 트위터는 다르다. 특정 연예인의 계정을 향해 악의적인 내용을 담아 트윗을 날리면 그 연예인의 트위터에 바로 뜨게 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트위터 계정이 널리 알려진 연예인은 악성 트윗을 날리는 자를 ‘블록(트윗을 못 보내게 막는 조치)’해도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는 트위터 특성상 계정을 바꿔가며 악성 트윗을 퍼부으면 막을 방도가 없다.

악성 트윗은 주로 청소년 열혈 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경리의 사례처럼 여성 연예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성적인 비방을 퍼붓는 경우도 있지만 라이벌 관계에 있는 가수들의 일부 극성팬들이 서로 상대편 가수에게 악성 트윗을 날리기도 한다. 이들은 이런 행위를 ‘저격’이라 부른다.

남성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멤버 용준형(24)이 2월 발표한 노래 ‘어이없네’의 뮤직비디오에서 빅뱅 권지용과 비슷한 패션을 하고 ‘weed(잡초라는 뜻·대마초를 뜻하는 은어로도 쓰임)’라고 적힌 모자를 쓴 채 등장하자 양측 팬들이 갈등을 빚었다. 권지용은 2011년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 유예된 바 있다. 일부 빅뱅 팬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비스트 팬으로 추정되는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권지용에게 “(대마초) 한 까치(개피)당 ×질 한번 어때?” “오빠 ××× 죽이는데 대마초 줄까”라는 악성 트윗을 쏟아냈다. 이 트윗들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연예기획사가 특정 연예인의 트위터에 악의적인 비방 트윗을 날리는 일부 악성 트위터리안에게 단호히 대처해야 이런 행태가 근절된다고 지적한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인터넷 게시글과 달리 트위터는 연예인 계정을 향해 글을 쓰면 해당 연예인이 직접 내용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 모욕적인 비방에 더욱 취약하다”며 “이런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모욕인 만큼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소속사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김수연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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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뮤지스#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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