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1,8부두 수요 꾸준한데 폐쇄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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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연임 성공 인천항운노조 이해우 조합장

3선 연임이 결정된 인천항운노동조합 이해우 조합장이 인천항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3선 연임이 결정된 인천항운노동조합 이해우 조합장이 인천항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전 세계 항만에서 ‘물류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인천항도 경쟁력을 높이려면 배후 용지를 늘려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광양항, 부산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인천항 개항 이래 130년 동안 하역 노동자들을 대변해온 인천항운노동조합의 이해우 조합장(60)은 요즘 할 말이 너무 많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중시하는 정부의 ‘투-포트 정책’에 따른 인천항 홀대론, 인천항 1부두와 8부두 개방을 둘러싼 갈등, 송도신항 개항에 앞서 기존 항만 재개발 논란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물동량 감소로 일감이 줄어들었다.

최근 정기 대의원 총회를 통해 3번째 연임에 성공한 이 조합장을 20일 만나 현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정부가 1, 8부두 개방을 약속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는 8부두를 시민공원으로 만들자고 하는데 노조는 왜 부두의 조기 개방에 반대하나.

“부두를 시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엔 동의하지만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2007년부터 시행된 항만 인력의 상용화에 따라 부두별로 근무할 하역 근로자 수가 정해져 있다. 1, 8부두에 배정된 하역 근로자가 현재 200여 명인데, 당장 항만 문을 닫으면 이들은 갈 곳이 없다.”

―부두 개방을 위한 현실적 방안은 무엇인가.

“북항이 대체 부두로 거론되지만 그곳도 이미 상용화돼 있어 1, 8부두 물량 중 일부만 받을 수 있다. 2016년 송도신항이 본격적으로 개항되면 인천내항의 단계적 개방이 가능할 것이다. 갑문 구조인 인천항은 생산성과 안정성이 높아 물량 수요가 꾸준한데 왜 강제로 폐쇄하려고 하는가. 쓸모가 없는 항만이 재개발돼야지, 사용가치가 높은 부두를 아무런 대안 없이 폐쇄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인천항운노조는 일찍이 대기업 산하 물류회사의 ‘일감 몰아주기’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2011년 6월 노조 사무실 앞 C회사 정문 앞에서 조합원 2000명이 항의시위에 나서기로 하고 집회신고를 하자 이 업체가 꼬리를 내린 경우도 있었다.

―항만에서도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있나.

“대형 화주 중 H업체가 하역요금을 덤핑하려고 했다. 일종의 대기업 횡포인데, 이 회사가 하역업체에 주는 요금을 인하하도록 강요해 이에 반대했다. 하청업체의 이익이 줄어들면 노동자에게도 간접적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또 C업체는 수입원당의 물류비를 대폭 낮추려 해 노조가 나서 항의하자 백지화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기업이 정부 고시가보다 낮게 하역요금을 책정하려 해서 문제가 많다.”

이 조합장은 1977년 하역 노동자로 첫발을 내디딜 때 고리못줄, 상자걸이 스링 등 옛 하역장구를 이용해 어깨걸이 하역작업(가데기)을 했다. 이런 고된 작업을 하던 조합원은 노조 내 이 조합장을 포함해 3, 4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는 “하역장비가 현대화되고 부두 노동자 상용화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며 “노조는 조합원 눈앞의 이익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에 더욱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운노조는 1898년 국내 최초의 노동조합인 성진부두노조에서 출발해 1949년 전국자유노조연맹, 1961년 전국부두노조, 1980년 전국항운노조로 맥을 이어왔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이해우#인천항운노조#1#8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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