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정신]동서양 역사의 만남… ‘新문화 실크로드’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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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이 열릴 성소피아 성당 광장. 21세기 문화 실크로드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한국과 터키 간의 문화 교류와 우호 협력 관계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이 열릴 성소피아 성당 광장. 21세기 문화 실크로드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한국과 터키 간의 문화 교류와 우호 협력 관계를 선언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문화박람회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수출하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1998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 6차례 열리는 동안 90여 개 나라가 참가했다. 누적관람객은 외국인 100만 명을 포함해 1000만 명을 기록해 수출 성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06년 캄보디아와 공동으로 ‘앙코르-경주문화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해외 첫 진출 달성과 동시에 ‘지자체 문화수출 1호’를 기록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 2001년부터 상시 개장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의 연간 관람객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운영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더 큰 국제무대에 도전하게 됐다. 바로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8월 31일∼9월 22일)다.

세계적인 문화 축제 기대감

경주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스탄불 엑스포 개막 D-100일(23일)에 맞춰 의미 있는 행사를 마련했다. 국내 대표 문화계 인사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연 것이다. 엑스포 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비롯해 이동우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손지애 아리랑 국제방송 사장, 황경식 서울대 교수, 작가 이문열 씨 등 전문가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주문화엑스포가 한류 활성화와 세계적인 축제로 성공하기 위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정정길 원장 “엑스포는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융화로 문화경제를 일으키는 좋은 사례다. 정부와 각계에서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스탄불. 고대 문명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것만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주는 한 왕조로 1000년을 이어온 도읍지이고 이스탄불은 동로마와 오스만에 걸쳐 1600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다. 경주가 한국의 국보 중의 하나라면 이스탄불은 터키의 보배 중의 하나. 두 도시가 문화를 주제로 만난다는 것은 사실만으로 기대를 모은다.

엑스포 길놀이 퍼레이드가 펼쳐질 이스탄불 최대 번화가 탁심광장. 1928년 건립된 터키공화국 기념비를 중심으로 관광과 교통,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엑스포 길놀이 퍼레이드가 펼쳐질 이스탄불 최대 번화가 탁심광장. 1928년 건립된 터키공화국 기념비를 중심으로 관광과 교통,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문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다


이스탄불 엑스포 개최는 21세기 문화 실크로드(비단길·고대 통상교역로)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을 축제 주제로 정한 이유다. 1월 터키와 공동조직위를 구성해 구체적인 행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 터키의 문화를 알리고 세계의 문화가 한자리에서 소통하고 융합하는 전시와 공연, 영상, 체험행사가 풍성하게 열릴 예정이다. 현재 10개 주제로 30여 개 문화프로그램이 준비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세계 50여 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 전통문화와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한국문화관’은 엑스포의 핵심이다. 낮 시간대 유동 인구가 200만 명인 에미뇌뉘 광장에 들어선다. ‘형제의 나라로 동행하는 한국과 터키’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물과 영상을 선보인다.

한국 대표작가 사진전과 한국문화재 특별전, 전통 패션쇼 등 과거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만나는 프로그램이 이스탄불 곳곳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한류 바람을 이어가는 한국영화축제, 케이팝(한국대중가요) 공연, 태권도 시범도 선보일 예정이다. 지구촌 문화화합 축제와 세계 민속공연에는 30여 개 나라가 함께 어우러질 계획이다.

2011년 경주엑스포 주제 공연으로 선보인 ‘플라잉’도 무대에 오른다. 터키에서 세계시장 진출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플라잉은 대사 없이 동작만으로 공연해 외국인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리듬체조와 기계체조 선수 출신 배우 10명이 박진감 넘치는 몸동작을 쉴 새 없이 펼치기 때문에 눈을 떼기 어렵다. 경주엑스포공원에서 상설 공연 중인데, 지난달 관람객 20만 명을 돌파했다. 그동안 450회 공연했으며 매회 평균 관람객은 440여 명을 기록해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철기 공연 감독(난타 연출자)은 “경북에서 시작한 한국형 공연 콘텐츠의 우수성을 유럽 문화의 중심지 이스탄불에서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엑스포와 함께 뛴다. 삼성과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이 한국기업홍보관을 열고 제품 홍보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여준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역사문화와 관광지를 알리는 전시관도 마련될 계획이다.

한국 문화예술인 총출동


이번 엑스포를 위해 한국 문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이스탄불에 총출동한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터키에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 이스탄불 엑스포 총감독은 서울 올림픽 계·폐막식 제작단장과 세종문화회관 초대 이사장을 지낸 표재순 씨다. 개막 축하공연의 안무는 최정임 전 정동극장 대표가 맡았다.

대한민국 대표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는 한국-터키 전통패션쇼를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다. 한국영화축제와 케이팝 공연 등에도 한국 대표 감독과 배우, 인기가수가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문학심포지엄에 소설가 이문열씨가, 한국 대표 화가 박대성 화백, 건축가 승효상 씨 등 국내 문화계 거물급 인사들의 지원과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문화엑스포 조직위는 이번 행사를 글로벌 문화축제로 만든다는 목표로 8월 초까지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김종수 경주문화엑스포 행사기획실장은 “이스탄불 엑스포는 한국과 터키의 문명과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세계 각국의 문화가 한자리에 만나는 지구촌 문화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보문관광단지 엑스포공원 상징물인 경주타워 앞에서 성공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보문관광단지 엑스포공원 상징물인 경주타워 앞에서 성공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 조직위원회 사람들 ‘한국문화 사절단’ 자부심에 행복해요 ▼


“메르하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 직원들이 요즘 서로 만나면 나누는 인사말이다. 메르하바는 터키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몇몇 직원은 아예 터키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스탄불 엑스포 현장에서 세계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마음에서다. 조직위 직원들은 자신이 곧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문화 사절단이란 자부심이 크다. 인사말뿐만 아니라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이스탄불 엑스포 준비에 한창인 조직위 사무실은 직원들의 열정으로 가득하다. 행사기획실과 대외협력실로 나눠 50여 명이 막바지 준비에 눈코 뜰 새가 없을 정도. 다음 달 행사 세부 계획이 나올 예정이어서 요즘 거의 매일 야근을 하지만 즐거운 분위기다.

엑스포의 하이라이트인 계·폐막식을 준비하는 행사팀 박정호 씨(41)는 “한국 문화공연의 힘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혼자 공연장 음향과 조명, 무대 등 챙겨야할 것이 많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조직위에는 공연기획을 비롯해 전시물 시설 설치, 영상제작 등 다양한 분야 최고전문가들이 모였다. 국내 유명 대형 기획사 못지않은 실력들을 자랑한다.

전산업무를 맡고 있는 이용승 씨(36)는 ‘만물박사’로 통한다. 보유한 국내외 자격증만 20여개. 온라인 홍보가 업무지만 조직위 궂은 일을 도맡아 마당쇠 역할을 자처한다. 2004년부터 근무한 이 씨는 “경주엑스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직원들 모두 보람과 긍지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 파견 온 직원들은 엑스포 근무가 좋은 기회라고 느끼며 더 열심이다. 홍보팀 김선주 씨(38·여)는 “예술과 역사, 홍보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늘 즐겁다. 행사 준비 과정에 얻은 소중한 경험은 개인의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이스탄불 엑스포 개막 90여 일을 앞두고 조직위는 더 바빠졌다. 다음 달에는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도 모집하는 등 빈틈없는 관람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창수 대외협력실장은 “8월초에는 전 프로그램에 걸친 리허설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엑스포가 한국 대표 문화를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준비에 한창인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그는 “엑스포는 단순히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경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준비에 한창인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그는 “엑스포는 단순히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경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우수한 문화유산 세계화 할 기회… 한국-터키간 교류통해 경제효과 기대”▼


“동·서양 문화를 상징하는 두 도시가 만나 가슴 뭉클한 문화축제를 선보일 겁니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59)은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성공 개최를 자신했다. 이 사무총장은 “두 도시가 단순히 문화행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경제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주 출신으로 경주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주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남다르다. 경주문화엑스포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당초 이스탄불은 엑스포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인구와 경제규모를 봤을 때 경주와 나란히 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1년간 경북도와 경주시의 끈질긴 설득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개최 협약은 맺기 힘들었다. 이 과정에 대통령실 정책기획관을 지냈던 이 사무총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스탄불 엑스포를 누구보다 잘 치러내고 싶은 욕심이 많다.

그는 3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이스탄불 엑스포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문화유산과 경북의 선비정신, 경주의 문화가치를 세계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이스탄불 엑스포 개최가 중요한 이유는….

“이스탄불은 동서 문명의 가교라고 할 수 있다. 동쪽은 아시아, 서쪽은 유럽이다. 아랍권의 관문이며 이슬람문화의 중심도시다. 한국의 유럽 진출 교두보인 동시에 중동 공략의 핵심도시다. 이스탄불 엑스포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실크로드, 드넓은 문화고속도로를 열게 될 것이다. 그 길을 따라 터키와 한국, 아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문화가 만나 새로운 역사를 꽃피웠으면 한다.”

―개최 후 경제 문화적 기대 효과는….

“한국 문화콘텐츠를 세계에 수출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제 문화는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기반이 됐다. 경주문화엑스포란 이름을 달고 대한민국의 문화와 경제가 터키를 찾아간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자체가 문화콘텐츠를 갖고 국제무대에 당당히 서는 좋은 모델로 주목 받을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적잖게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달 한국-터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함께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 경제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현대 등 우리 기업 60여 곳이 터키에 진출해 있는데 이번 엑스포가 기업 홍보 활동과 판로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북지역의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이 다가왔는데 준비 상황은….

“이번 행사에 대한 국민들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국방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여러 기관이 힘을 보태고 있다. 터키 현지 홍보가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해 언론매체를 통해 행사 소개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 1월 터키와 공동조직위를 출범시키면서 행사 밑그림을 그렸고 세부 준비가 한창이다. 다음 달부터 운영요원과 자원봉사자도 모집한다. 한국의 명예를 걸고 마련하는 행사인 만큼 품격 높은 문화엑스포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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