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18기념식은 끝났지만… 추모는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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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차량시위-주먹밥 나눔 재연 등 문화예술-체험행사 곳곳서 이어져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한 광주지역 택시 시내버스 운전사들은 2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만행을 목격한 광주지역 택시 시내버스 운전사들은 200여 대의 차량을 동원해 경적을 울리며 시위를 벌였다. 5·18기념재단 제공
1980년 5월 20일 오전 광주에는 약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날 계엄군 장갑차의 첫 발포로 고교생이 부상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오후 금남로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였다. 오후 3시 금남로에선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됐다. M-16 소총을 어깨에 멘 공수부대원들은 3, 4명이 한 조가 돼 무고한 시민까지 뒤쫓아가 곤봉으로 내리쳤다. 과잉 진압에 격분한 시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가자 도청으로’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과 계엄군의 일진일퇴의 공방전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오후 6시 40분 무등경기장에서 출발한 택시와 버스 200여 대가 헤드라이트를 켠 채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가세했다. 차량시위는 계엄군의 만행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운전사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이날 시위는 5월 항쟁의 최대 전환점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2013년 5월 20일. 시민들의 투지와 단합의 상징인 차량시위가 금남로 일대에서 다시 한 번 재연됐다. 광주지역 택시 운전사들은 이날 오후 2시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민주기사의 날’ 행사를 갖고 최후의 항쟁지였던 전남도청 앞까지 택시를 운행하면서 희생자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5·18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전야제, 기념식 등 주요 행사가 끝났지만 추모 열기는 이어진다. 5·18 정신계승, 문화예술, 학술, 청소년, 종교, 지역 개별 행사 등이 27일까지 진행되며 일부 전시는 추모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된다.

22일 오후 2시부터 서구 양동시장에서 ‘양동 주먹밥 나눔 한마음 축제’가 열린다. 5·18 당시 시장 상인들이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던 주먹밥 재연 행사와 난타, 국악 공연 등이 펼쳐진다. 5·18 전야제가 열렸던 금남로에서는 24일까지 ‘오월 상설 문화마당’이 열린다. ‘오월, 평화로 날다’를 주제로 평화기원 문예 상설마당 등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공연이 진행된다. 희생된 5월 영령을 애도하는 글을 국립5·18민주묘지 일대에 전시한 만장(輓章)전도 28일까지 계속된다. 5·18자유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5·18 정신계승 법정 영창 체험’도 25일까지 이어진다. 5·18자유공원에는 인권유린 현장을 보존하고 신군부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당시 피해자들이 구타와 고문을 당했던 영창 6곳이 복원돼 있다. 25일 오전 11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제24회 전국학생 글쓰기 미술한마당’이 펼쳐지고 전국의 서예인들이 모여 5·18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는 ‘제11회 5·18 전국휘호대회’도 이날 오후 1시부터 묘지 참배광장에서 열린다. 소설가 공선옥 씨의 특강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는 22일 오후 7시 서구 쌍촌동 5·18 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마련된다. 25, 26일 금남로 일대에서는 청소년들이 주도해 5·18을 주제로 한 문화체험과 공연 등으로 채워지는 청소년 문화제 ‘레드페스타’가 열린다. 23일 오후 7시에는 광주 동구 금남로 원각사에서 ‘즉문즉답: 오월의 꽃 통일로 피어나라!’를 주제로 한 추모법회가 열린다.

1980년 5월 27일은 광주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도청을 사수한 마지막 날이다. 매년 27일에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부활제’가 열렸다. 올해도 오후 5시 반부터 옛 전남도청 앞에서 부활제가 열려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5·18민주화운동#양동 주먹밥 나눔 한마음 축제#오월 상설 문화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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