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제조 신고한 부친 살해 30대 패륜아, 돌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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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송치전 발작 일으켜 사망

17일 오후 4시경 경기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의 야산. ‘여우고개’라 불리는 이곳 인근의 밭에서 일하던 김모 씨(78)는 길가에서 10여 m 떨어진 곳에 동물의 다리 같은 것이 땅 위에 불쑥 솟아있는 것을 봤다. 이상한 느낌에 다가간 김 씨는 깜짝 놀랐다. 사람의 다리였다. 흙을 걷어내자 불에 그슬린 시체가 드러났고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시체의 신원은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실종 신고된 안모 씨(70)로 확인됐다. 안 씨가 하루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자 작은아들(32)이 실종 신고를 했다.

안 씨는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왜 묻혔을까. 사건의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씨와 큰아들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큰아들은 “결혼 자금을 대주지 않는다”며 원망하고 있는 상태였다. 안 씨는 우연찮게 큰아들(33)이 집에서 화학약품으로 마약류의 일종인 GHB(일명 물뽕)를 제조하는 것을 목격했다. 심하게 타일렀지만 “신경 쓰지 말라”며 오히려 무시했다. 안 씨는 큰아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큰아들은 마약류 제조, 판매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4월 풀려났다.

하지만 큰아들은 반성은커녕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었다. 안 씨가 실종 신고되기 전날 큰아들은 아버지를 찾아가 “왜 신고했느냐”며 다퉜다. 경찰은 큰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추궁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큰아들이 대형 가방을 끌고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했다. 하지만 큰아들은 끝까지 부인했다. 경찰도 시신과 시신을 옮긴 차량을 발견하지 못해 뚜렷한 심증을 갖고도 처벌하지 못했다.

그 대신에 경찰은 올 1월 아버지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경기 고양시에 있는 큰아들의 집을 압수수색하다가 마약을 발견해 큰아들을 구속했다. 큰아들은 2월 검찰로 송치되기 전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뒤늦게 발견된 아버지의 시신은 패륜 아들의 생전 범행을 소리없이 증언했다. 시신 옆에서는 큰아들 명의의 카드 영수증이 발견됐고, 여우고개로 향하는 국도의 CCTV에서 큰아들의 차량이 움직이는 장면이 발견됐다. 경찰은 큰아들이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처가가 있는 여우고개에 묻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증거를 없애기 위해 시신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까지 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륜을 저버린 아들도 갑작스레 사망한 것을 보면 하늘이 무섭긴 하다”고 말했다.

파주=조영달 기자·박훈상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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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아#돌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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