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중간고사 캠퍼스서 앰프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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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하는 총학생회장에게 “어린 것이… 죽여버리겠다” 폭언
학교측 중단 요구에도 강행… 음대 실기시험 30분 연기 소동

민주노총이 시험 기간인 대학 캠퍼스 내에서 집회를 벌이고 이를 막는 총학생회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집회 소음 때문에 일부 학과 시험이 30분가량 연기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해당 학교와는 관련이 없었는데도 민노총은 일방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23일 오전 11시부터 11시 40분까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정문과 50m 떨어진 곳에서 ‘제10회 차별철폐대행진’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민노총이 노동절을 앞두고 2004년부터 서울지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권역별로 실시하는 집회다. 올해는 22일 서부지역을 시작으로 23일 동부지역, 24일 남동지역 등의 순서로 집회를 진행한다.

이 학교 총학생회장 고우석 씨(25·도시공학과)는 학교 근처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19일 민노총 서울시립대 분회장에게 “집회가 열리는 날은 학교 중간고사 기간이니 학교로 진입하지 말아 달라. 소음으로 시험을 방해해선 안 된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나도 집회장을 찾아 응원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분회장은 “이번 집회의 주최가 우리가 아니기 때문에 권한은 없지만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23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시립대 조합원이 일부 포함된 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은 원래 신고 장소인 서울시립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하는 대신 교정 진입을 시도했다. 이 학교 총무과 관계자 8명이 “집회 장소는 학교가 아닌데 왜 들어오냐”며 “시험 기간이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학생들도 우리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전농관과 음악관 앞 공터로 진입했다. 이들은 오전 10시경부터 전농관 앞에서 대형 스피커를 켜고 민중가요를 틀었다. 당시 전농관에서는 11시부터 학생 160명이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오전 10시 20분경 등교하던 고 회장은 교내에서 집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약속과 다르다.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집회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노총 조합원들은 “최대한 볼륨을 줄여 진행하겠다”며 오전 11시부터 전농관 건너편의 음악관에서 집회를 열었다. 음악관에서는 음대 학생 20명이 가곡 실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고 씨는 “이 과정에서 민노총의 일부 간부가 ‘나이도 어린 것이 조용히 해라’ ‘짓밟아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등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분회장을 만나겠다는 고 씨의 주장에 일부가 웃옷을 끌어당기며 “노조 탄압 하지 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소란으로 음악관에서 예정됐던 실기시험은 30분가량 연기됐다. 담당 교수와 다른 학생 약 15명이 나와 집회 중단을 요구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조합원들은 오전 11시 40분까지 집회를 진행한 뒤 낮 12시 반까지 점심 도시락을 먹고 다음 장소인 청량리역으로 행진했다.

고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노조 활동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주인인 학생 대표로서 정당한 권리를 말했는데도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오늘 집회는 서울시립대와 아무 관련도 없는 집회였는데 왜 굳이 학교에서 강행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함께 민노총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 중 발생한 소음은 70dB로 불법 기준인 80dB을 넘진 않았다. 초중고교 등 학교 지역은 집회 소음을 65dB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학은 기타지역으로 분류돼 80dB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이번 집회는 대학 교내에서 진행돼 경찰은 제지할 수 없었다. 대학에서는 신고 없이 집회를 열 수 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민노총 관계자들이 당초 예정돼 있던 장소에서 집회를 하다 학교로 진입했으면 제지할 수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대학에서 집회를 열었고 학교 측에서는 따로 시설관리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민노총#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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