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첨병’ 사회복지사 그들이 지쳐간다]자살 사회복지사 “힘들어서 암 걸릴것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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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사회복지사 동생 인터뷰… 격무 시달린 언니, 종종 암 걸릴것 같다 혼잣말

자살한 사회복지 공무원 강모 씨의 동생이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과 4일 경기 성남시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자살한 사회복지 공무원 강모 씨의 동생이 동아일보-채널A 취재팀과 4일 경기 성남시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채널A 화면 캡처
“언니 너무 바빠 보여서 내가 언니 신혼여행지 알아봤어.”

“그냥 둬. 어차피 일이 너무 많아서 신혼여행 못 가. 일요일에 결혼식하고 월 화 수는 다시 일하러 나가야 할 것 같아.”

지난달 26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모 씨(32·사회복지 9급)의 동생(29·여)이 언니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4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 만난 강 씨는 “언니가 신혼여행마저 포기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강 씨는 같은 사회복지 공무원과 5월 결혼할 예정이었다.

강 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독일로 유학을 다녀왔다. 하지만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해 지난해 4월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주민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항상 밝게 웃으며 가족의 웃음꽃 역할을 했던 강 씨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웃음이 사라지고 부쩍 말이 줄어들었다. 가족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애써 감췄지만 종종 “이러다 암에 걸릴 것 같다”고 혼잣말을 했다. 강 씨는 매일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강 씨는 지난달 설 연휴에도 매일 출근했다. 강 씨 동생은 “언니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민원인을 피할 수 있는 명절에 일하는 게 낫다’며 주민센터로 나갔다”고 말했다. 숨진 강 씨는 평소에 가족에게 “평일에는 2분에 한 번씩 전화가 울리고 큰 소리로 욕하며 쫓아다니는 민원인들 때문에 하루 종일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말했다. 민원인이 없어도 시간 내에 업무를 마치기 힘든데 그나마도 민원인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2월에는 감사를 앞두고 있어 업무량이 더욱 늘어났다. 강 씨가 수습 공무원 1명과 함께 담당한 복지수급 대상자는 2600여 명에 달한다.

동생은 “언니가 그토록 힘들었는데 가족도 알아차리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숨진 강 씨는 2월 들어 동생에게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동생은 “언니가 그렇게 힘들어하는데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사표를 품고 다니는 거야. 조금만 더 참자’라고 말했다”며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강 씨는 숨지기 직전 “내가 나약한 거겠지? 다 이렇게 힘든 거겠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항상 부모에게 안기던 강 씨였지만 숨지기 직전 주부터는 무표정하게 대했다. 그러다 결국 아파트 14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유족은 4일 성남시청과 성남시의회, 강 씨가 일하던 주민센터를 찾아 ‘과도한 복지 업무에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것인 만큼 순직 처리를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박소윤 채널A 기자·김준일 기자 sypark@donga.com<br><br><a href="http://news.ichannela.com/society/3/03/20130306/53513969/1" target="new"><span style="font-weight: bold;">▶ </span><font style="font-weight: bold;" color="#0099da">[채널A 영상]</font><span style="font-weight: bold;">“후임으로 올 사람 불쌍하다” 숨진 A씨 유서에는…</span></a><br><br>


#사회복지사#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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