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여 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하천의 모습을 갖춘 춘천시 약사천. 눈이 녹은 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다. 약사천 복원공사는 다음 달 시험 통수에 이어 6월 마무리된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춘천에는 약사천이 있다.’
막바지 복원 공사 중인 강원 춘천시 약사천에 3월부터 물이 흐른다. 춘천시는 다음 달 통수를 시작해 수량과 유속 등을 점검한 뒤 주변 정비 및 조경공사가 완료되는 6월 시민에게 완전 개방한다. 춘천 도심지 개발로 복개된 지 3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 복개 30년 만에 시민 품으로
약사천 복원 구간은 봉의초등학교에서 춘천경찰서 뒤편 공지천 합류 지점까지 850m다. 당초 봉의초교∼외환은행 뒤편 어린이놀이터 구간을 포함해 1.5km를 복원하려고 했지만 이 구간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됨에 따라 재개발 공사가 진행될 때 추가로 복원하기로 했다.
약사천에 흐를 물은 소양강에서 끌어온다. 소양강∼소양정수장∼동면∼애막골∼대성로∼팔호광장∼외환은행에 관로가 설치돼 언제든지 통수가 가능하다. 춘천시는 수자원공사와 댐 용수 무상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1일 최대 사용량은 3만8000t으로 계약기간은 5년. 용수 공급이 필요 없는 강우기나 덜 흘려보내도 되는 심야 시간대, 겨울철 등을 감안하면 1일 평균 공급량은 2만600t으로 추정된다. 소양강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수질은 물놀이가 가능할 정도로 깨끗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로의 끝 지점인 외환은행 뒤편 어린이놀이터는 소양정수장의 냉수와 빗물을 머물게 했다가 약사천으로 흘려보내는 저류지로 바뀐다. 또 분수대와 휴게 공간이 있는 공원(바우공원)으로 조성된다.
약사천 통수가 이뤄지면 폭 6∼12m, 평균 10cm 수심의 물이 흐른다. 6개의 소(沼) 수심은 30∼40cm. 하천에는 생태보 여울 등을 만들고 둔치에는 산책로와 수변공원을 조성한다. 또 차량 통행이 가능한 다리 4개와 나무다리 2개를 놓는다. 춘천시는 약사천에 관리용 카메라와 유량 측정기를 설치해 자동 공급제어 방식으로 수량을 최적화할 방침이다.
박순무 춘천시 도시정비1담당은 “약사천은 생활하수의 유입을 막는 등 친환경적으로 복원됐다”며 “도심을 가로지르는 만큼 많은 시민의 휴식, 산책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다른 지자체, 벤치마킹 발길 이어져
2009년부터 시작된 약사천 복원사업에는 496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선도모델로 선정돼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또 황지천 옛 물길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태백시가 벤치마킹하는 등 성공적인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복원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복원을 위해 인근 상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상비 문제로 상인들과 갈등을 빚었다. 대상 용지 내 80동의 건물을 매입해야 하지만 보상금 문제로 현재까지 2동을 매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소양강 물을 끌어오는 데 필요한 전기료 낭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춘천시는 올해 예산안에 전기료 5억 원, 유지관리비 2억 원을 편성했지만 시의회는 효용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액 삭감했다. 이후 시가 전기료는 최대 비용을 적용한 것이라며 실제 공급량 기준 전기료는 연 2억6000만 원이라고 산정했고 3억 원의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한중일 춘천시의회 의원은 “약사천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후대에 아름다운 생태하천을 물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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