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맨발걷기 황톳길에 웬 경계석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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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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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덕구 계족산에 설치… 주말엔 전국서 1만여명 찾아
시민들 “길 좁아지고 위험”… 대덕구 “황토 유실 방지용”

대전 대덕구청이 계족산 황톳길에 설치한 경계석. 높은 턱이 생기는 바람에 맨발걷기에 방해된다는 지적이다. 또 공사 과정에서 나온 자갈 등을 황톳길에 마구 버려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 대덕구청이 계족산 황톳길에 설치한 경계석. 높은 턱이 생기는 바람에 맨발걷기에 방해된다는 지적이다. 또 공사 과정에서 나온 자갈 등을 황톳길에 마구 버려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멀쩡한 황톳길에 돌 경계석을 설치해 오히려 맨발걷기와 에코 힐링(eco-healing)에 방해가 돼요.”

대전 대덕구가 계족산 황톳길 한가운데에 돌로 만든 경계석을 설치해 맨발걷기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덕구는 지난해 12월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관리사무소에서 물놀이장 입구까지 200m 구간 황톳길에 돌로 만든 경계석을 설치했다. 대덕구 관계자는 “황톳길과 임도(林道)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고 황토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공사로 인해 황톳길과 임도 사이에 높은 턱이 생겼다. 이곳 황톳길은 맨발걷기 명소로 전국에 알려지면서 주말과 휴일이면 5000∼1만여 명의 탐방객이 찾는 곳. 맨발로 황톳길을 걷는 어린이들의 방문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경계석 때문에 황톳길과 임도 사이가 턱이 생겨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계석도 황톳길을 너무 좁게 만드는 바람에 맨발걷기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 경계석을 설치하기 위해 흙을 파내면서 발생한 자갈 등도 황톳길에 그대로 버린 상태다.

주말인 17일 이곳을 찾은 전모 씨(49·경기 성남시)는 “날씨가 풀려 맨발걷기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했으나 황톳길에 자갈이 많아 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덕구는 이 공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처음에는 “대전시가 설치한 것”이라고 발뺌하다 뒤늦게 대덕구의 요청에 따라 대전시 예산으로 설치했다고 번복했다. 일부에서는 연말에 불용 예산을 쓰기 위한 억지공사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덕구에서 ‘소규모 주민숙원 사업’이라고 요청해 예산을 지원해줬으나 황톳길 맨발걷기에 방해되는 결과가 초래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석을 확대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문제점이 있다면 실태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자주 찾는 홍모 씨(48·여·대전 동구 삼성동)는 “계족산 황톳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에코 힐링의 명소”라며 “인공 구조물 등이 자꾸 설치되는 것은 예산을 낭비하면서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격’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계족산 맨발 황톳길은 임도 14.5km 구간에 조성됐으며, 201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꼭 가볼 만한 곳 100선’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 등에도 잇따라 소개됐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황톳길#에코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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