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유모차族, 남대문시장엔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4일 03시 00분


■ 남대문표 아동복의 재발견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주부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서울원아동복 상가 매장에 진열된 유아용 모자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일대에는 젊은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주부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 서울원아동복 상가 매장에 진열된 유아용 모자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일대에는 젊은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낮 12시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의 ‘서울원아동복’ 매장에는 점심시간도 잊은 맞벌이 여성들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주부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 안에는 폭이 1m도 안 되는 좁은 통로를 따라 손님들과 커다란 비닐 쇼핑백, 유모차가 엉킨 줄이 10m 가까이 이어져 있었다.

다른 아동복 매장에서도 여성 10여 명이 수북하게 쌓인 5000원짜리 티셔츠와 내복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커다란 봉투 여러 개에 옷을 꽉꽉 채워 넣어 도매상인으로 오해를 받을 듯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대형마트 업체조차 긴장하고 있지만 서울원아동복, 부르뎅, 포키 등 남대문시장 전통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늘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은 상가 명칭인 동시에 입점한 옷 가게들이 함께 쓰는 통합 브랜드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에 걸쳐 설 명절을 앞둔 남대문시장 일대를 둘러봤다. 대형 의류쇼핑몰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드물었지만 아동복 매장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도매시장 영업이 끝나 다소 한산할 수도 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도 손님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상인들은 “요즘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되는 곳은 아동복과 액세서리 매장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추억의 ‘남대문 브랜드’가 다시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 있다. 서울원아동복 매장의 송미숙 씨는 “백화점에선 겨울 점퍼 한 벌이 20만 원을 웃도는데 여기서는 같은 돈으로 네 벌을 살 수 있다”며 “지방에서 날을 잡아 쇼핑하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싸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시장 브랜드들은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을 없애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해 젊은 부모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 좋은 원단을 쓰고 있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의 아동복 매장에는 레깅스와 밀리터리룩 점퍼, 튀튀 스커트(발레복 스타일의 치마) 등 성인 매장 못지않은 다양한 디자인의 옷이 걸려 있었다. 한 상인은 “유행하는 만화 캐릭터가 나오면 바로 다음 주에 그것이 들어간 티셔츠가 나올 정도”라며 “심지어 남대문시장 제품을 백화점 납품 브랜드가 베껴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이 인기를 끌다 보니 부근 백화점에 ‘불똥’이 튀기도 한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인근 신세계백화점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쇼핑을 즐기는 주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부 김모 씨(30)는 “백화점에 주차를 하고 유모차를 빌려 남대문시장에 아동복 쇼핑하러 왔다”며 “백화점이 문을 닫을 때까지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어 동네 엄마들과 명동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는 편”이라고 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유모차를 몰고 나가는 손님 때문에 가끔 분실사고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르뎅 아동복의 이우석 상무는 “최근 해외에서 들어온 중저가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해졌다”며 “중국과 일본 등으로 제품을 수출해 활로를 찾으려 하는데 우리 샘플을 가져가 그걸 모방해 자기들 제품을 만드는 일도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과 4학년
#아동복#남대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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