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형 수능 앞두고 재수 기피현상 뚜렷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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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반 등록 10∼20% 감소… 기숙형 학원들도 적자 속출

올해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을 앞두고 재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재수생은 2000년대 후반 들어 계속 급증했지만 지난해 ‘쉬운 수능’으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이어 올해도 재수 종합반의 수강생 감소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7일 유명 재수학원들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재수 종합반의 등록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상당수 학원이 2월 중순 개강 때까지 모집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할 정도다.

재수학원들은 등록생 수를 대외비에 부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른바 ‘빅3’인 대성, 종로, 중앙학원 정도만 예년 수준의 등록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원들은 최상위권 학생층의 고정 수요가 있어서 등록률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반면 중위권 수험생이 주로 몰리는 기타 중소형 학원들은 등록률이 10∼20% 줄었다는 반응이다. 지방의 재수학원들도 고전하고 있다. 수도권 일대의 기숙형 재수학원들은 등록률이 최대 30%까지 줄어 위기감이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학원가에서는 지난해 시작된 재수 기피 현상에 선택형 수능이 부채질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학년도 수능 응시자 가운데 재수생은 14만2056명으로 2012학년도 15만1887명보다 1만 명 정도 줄었다. 2012학년도 수능까지는 매년 재수생 응시자가 급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올해는 수능이 A, B형으로 나뉘어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일찌감치 재수를 포기하는 경향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의 P학원 관계자는 “올해는 열심히 재수를 해도 수능 성적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재수 포기 현상이 번지는 분위기”라며 “상담하러 온 학부모 중에도 ‘괜히 선택 잘못해서 더 망하는 것 아니냐’며 그냥 돌아가는 이가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재수학원마다 막판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좀처럼 수강생이 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기도의 한 기숙학원 강사는 “잘나가던 기숙형 학원 중에서 적자를 견디다 못해 매물로 나오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재수생이 줄어든 기숙학원들이 방학 동안 고교 1, 2학년을 유치해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S여고 교감은 “선택형 수능 때문에 재학생들은 비싼 컨설팅과 학원으로 몰리고 졸업생들은 재수를 피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선택형 수능#입시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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