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연산군 사랑 묻힌 은행나무, 문화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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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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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살 ‘방학동 은행나무’… 서울시 기념물 지정 추진

높이 25m, 둘레 10.7m에 달하는 거대한 은행나무(사진). 1991년 4월 25일 이 나무 앞에 김지하 시인, 서울대 지리학과에 재직 중이던 풍수지리 전문가 최창조 교수, 11일째 나무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던 환경운동가 차준엽 씨 등이 모였다. 이들은 1460∼1510년대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가 인근의 아파트 신축으로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고층아파트를 지으면 지하수맥을 교란해 나무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씨는 “나무가 1000년 이상 더 살 수 있게 주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아파트 높이를 14층에서 12층으로 낮춰 나무의 일조권을 보장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 나무는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였다. 나무는 연산군과 그의 부인 폐비 신 씨의 합장묘가 있는 구릉 아래에 있다. 연산군은 실정을 거듭하다 1506년 폐위된 뒤 강화도로 추방됐고 그해 숨을 거뒀다. 폐비 신 씨는 강화도에 마련한 연산군의 묘를 은행나무가 내려다보이는 방학동 구릉으로 옮겨 달라고 간청해 1513년 묘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1995년에도 고사 위기가 있었다. 인근 빌라에 막혀 나무뿌리가 뻗어나가지 못해서였다. 도봉구가 빌라를 매입한 뒤 철거해 나무는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서울시는 도봉동 은행나무를 시 문화재 중 기념물로 지정해 보존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기념물로 최종 지정되면 나무 주변 50m 이내에 일정 높이 이상의 건축물 건립이 제한되고 나무 수술비 및 수액 공급비 등의 관리 비용이 지원되는 등 ‘특별대우’를 받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방학동#은행나무#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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