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으면서 파인 곳 많아져
인천시 “예산 부족” 보수 지체… 시민들 “대형사고 날라” 불안
15일 교통경찰관이 인천 남구 주안동 옛 시민회관 앞 도로에서 움푹 파인 곳을 가리키고있다. 인천시의 도로 보수 예산이 충분치 않아 폭설과 한파로 인해 파손된 도로가 방치돼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경찰청 제공
매일 아침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승용차를 몰고 회사가 있는 부평구 삼산동으로 출근하는 김명윤 씨(42)는 짜증이 난다. 최근 내린 눈이 녹으면서 도로가 움푹 파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날 때 승용차가 덜컹 내려앉아 깜짝 놀라기 일쑤다. 며칠 전에는 파인 곳을 발견하고, 차로를 급하게 바꾸려다가 뒤따라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김 씨는 “도로관리를 책임지는 인천시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알겠다’고만 대답할 뿐 보수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파손된 도로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로를 변경하다가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인천 지역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파손된 도로가 방치돼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가 올해 도로 보수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책정하지 않아 보수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
이 같은 도로 파손은 최근 제설작업 때 뿌린 염화칼슘이 아스팔트 틈으로 흘러든 뒤 차량 충격이나 자동차 타이어와의 마찰로 인해 포장 표면이 뜯겨져 생긴다. 이걸 ‘포트홀(Pothole)’이라고 부른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1만2000여 t의 염화칼슘을 사용했다. 2011년 12월 이후에 비해 150% 이상 늘었다.
시는 폭 20m 이상 광역도로 503km 구간에서 종합건설본부 직원 17명과 장비 12대를 동원해 직접 보수공사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파손된 도로를 다시 포장하거나 파인 곳을 메우는 응급복구공사에 연간 320억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올해 예산은 80억 원에 불과하다. 인력과 장비 등이 크게 부족하다. 지난해에는 광역도로 112곳을 다시 포장하기 위해 325억 원의 예산을 올렸으나 실제로는 보수유지비 명목으로 58억 원만 책정돼 20곳만 포장했을 뿐이다.
게다가 섭씨 100도가 넘는 고열로 포장하는 아스콘은 겨울철에 제대로 접착되지 않아 대부분의 공장이 겨울철에는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임시복구용으로 비축한 아스콘으로 파손된 아스팔트를 메우고 있지만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지방경찰청이 8∼14일 파손 상태가 심각한 도심 주요도로 82곳의 보수공사 여부를 점검한 결과 19곳만 마무리됐다. 특히 가시거리가 짧은 야간에 파손된 도로를 지날 때 자동차의 타이어가 펑크가 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눈이 녹은 도로에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차선도 지워져 잘 보이지 않는 곳이 많아 교통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크지만 방치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된 남동대로와 대형트럭이 많이 오가는 인천항과 연안부두 인근 도로 등은 차선이 흐릿한 상태다. 인천경찰청은 올해 차선 도색에 필요한 사업비 약 40억 원을 시에 요청했으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6억 원만 책정됐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교통 불편에 따른 차선도색 민원 346건이 접수됐으나 예산이 부족해 20%가량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올 10월 인천에서 전국체육대회도 열리는데 시가 도로 보수 및 차선 도색에 필요한 예산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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