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슈퍼섬유야, 슈퍼 미래 열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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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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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고탄성 미래형 섬유, 지역산업의 새 희망으로
무게 1.3kg 꿈의 자전거 5년 투자끝 개발… 주문 쇄도
車-항공우주용 제품도 연구

4일 티포엘 기술연구소 회의실에서 천진성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직원들과 함께 슈퍼섬유 자전거 디자인과 부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4일 티포엘 기술연구소 회의실에서 천진성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직원들과 함께 슈퍼섬유 자전거 디자인과 부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4일 찾은 경북 경산시 진량읍 진량산업단지 내 ㈜티포엘. 공장에서는 지름 2m 정도 되는 둥근 기계가 돌아가면서 탄소섬유 등 두 종류의 굵은 실을 촘촘하게 꼬았다. 천진성 티포엘 대표(41)는 “첨단섬유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3차원 브레이딩(섬유 꼬는 기계)”이라며 “슈퍼섬유 자전거 몸체를 만드는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섬유는 고강도 고탄성 기능을 갖춘 미래형 섬유제품을 의미한다.

이 회사는 다음 달 탄소섬유로 만든 산악용 자전거 ‘엠투스(MTOOS)’를 출시한다. 알루미늄이나 철로 만든 자전거의 절반 이하로 가볍고 7배 정도 단단해 ‘꿈의 자전거’로 불린다. 지식경제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5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프레임(바퀴를 제외한 몸체) 무게가 1.3kg에 불과해 성인이 손가락 하나로 들 수 있다. 여러 가지 부품을 이어 붙여 만들지 않고 일체형 자전거 몸체를 만드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자전거 부품은 2000여 개. 이 가운데 바퀴를 포함해 전체 부품을 떠받치는 프레임은 자전거 성능을 좌우하는 부분이다. 티포엘은 프레임을 비롯해 핸들, 휠, 안장, 지지대 등 대부분의 자전거 부품을 슈퍼섬유로 생산한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사용하는 안전기준(EN)을 통과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슈퍼섬유를 활용한 자전거 개발은 기계장비 분야의 기술력 향상으로 가능해졌다. 2001년 영남대 섬유공학과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만든 이 벤처기업은 방위산업 및 산업용 섬유 분야의 자동화 기계를 생산한다. 또 슈퍼섬유를 활용한 복합재료를 개발했다. 회사 이름도 ‘섬유를 위한 인생’이라는 영문의 약자를 따서 지었다. 직원 20여 명이 기계와 섬유 분야로 나눠 연구개발에 열정을 쏟은 결과 국방과학연구소나 대기업 연구소로부터 제품 주문이 쏟아졌다.

슈퍼섬유 자전거 판매가 늘면서 올해 매출은 5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천 대표는 “슈퍼섬유를 활용할 수 있는 응용 분야는 매우 넓다”며 “자전거에 이어 자동차와 항공우주용 제품 개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포엘처럼 슈퍼섬유 분야에서 성과를 내거나 기능성 섬유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업이 늘면서 대구 경북의 주력 산업인 섬유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대구 경북 지역 섬유 수출은 2009년 이후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대구 서구 중리동)이 최근 발표한 이 지역 섬유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섬유업체들의 수출은 32억2600만 달러(약 3조4300억 원)로 2011년보다 1.1% 감소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구원이 대구 경북 지역 130여 개 제직, 염색 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67점보다 7점 오른 74점(기준 100점)이 나왔다. 아직 기준 점수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수 업체가 하반기부터 완만한 수출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능성 소재 신상품 출시와 슈퍼섬유 개발, 품질 안정화 등이 경쟁력 요소라고 답했다. 올해 지역 섬유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33억5800만 달러(약 3조5700억 원)로 예상됐다. 장병욱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정보팀장은 “제조원가 상승과 환율 하락 같은 악재가 있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산업용과 의료용 섬유에서 성과를 내 올해 수출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탄소섬유#엠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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