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계산할 음식값 미리 알아 편하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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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 메뉴판 최종지불가격표시제 점검해보니

회사원 박모 씨(35)는 2일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 패밀리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 음식 가격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얼마 전보다 가격이 조금씩 올랐고 100원 단위로 표시되던 가격이 10원 단위로 적혀 있었다.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 그동안 계산할 때 별도로 붙던 부가가치세 10%가 아예 음식 가격에 포함돼 있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올 1월부터 모든 음식점의 메뉴판에는 ‘최종 지불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계산할 때 더했던 부가가치세나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가격을 메뉴판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본보 취재팀이 제도가 시행된 이튿날인 2일 서울 강남과 광화문, 여의도의 레스토랑들을 점검해본 결과 상당수 레스토랑이 메뉴판에 최종 지불 가격을 표시하고 있었다. 부가세나 봉사료를 받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거나 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여서 제도에 빠르게 대응한 것. 다만 시행 초기인 데다 4월까지는 계도 기간이어서 메뉴판을 교체하지 않은 식당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대체로 편하다는 반응이다. 광화문의 한 레스토랑에서 동생과 함께 식사를 하던 회사원 성민경 씨(24·여)는 “부가가치세나 봉사료를 별도로 받는 레스토랑에선 밥을 먹고 나서 계산할 때 예상보다 더 많이 나와 당황했던 적도 있었는데 메뉴판이 바뀌고 나니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사정이 달랐다. 가뜩이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음식값을 올린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날 메뉴판 교체 작업을 하고 있던 여의도의 한 식당 매니저는 “메뉴판 가격만 보면 음식값이 오른 것으로 보여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음식 가격의 10%인 부가세를 모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실제로 가격을 내린 식당도 있었다. 광화문의 한 태국 음식 전문식당 지배인은 “최종 지불 가격을 표시한 메뉴판을 제작하면서 손님들이 가격을 인상한 느낌을 받을까봐 부가세 10%를 모두 가산하지 못했다”며 “음료 후식 등은 옛 메뉴판 가격대로 받고 메인 요리만 5% 정도 더 붙였다”고 말했다. 결국 음료 후식은 가격의 10%를, 메인 요리는 5%를 내린 셈이다.

함께 시행된 고기 100g당 가격표시제는 아직까지 시행이 저조한 편이었다. 강남에서 숯불갈비 집을 운영하는 김무석 씨(66)는 “주류업체 영업사원들이 메뉴판을 교체해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100g당 가격을 신경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메뉴판을 다 바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최종지불가격표시제#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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