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홍준표 지사, 전직들 실패 반면교사 삼길…

  • 동아일보

강정훈 부산경남본부장
강정훈 부산경남본부장
‘모래시계 검사’ ‘홍 반장’ ‘홍그리버드’ ‘버럭준표’ ‘자유인’ ‘독고다이’….

홍준표 신임 경남도지사는 별명과 수식어가 많기로 유명하다. 입심도 세다. 머리 회전과 순발력 역시 남다르다. 반면에 실수도 많다. ‘경남호(號)’의 새 선장인 홍 지사가 항해에 앞서 역대 민선 경남도지사 3명의 업무 스타일을 한 번 훑어보면 어떨까.

김혁규 전 지사는 대체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풍을 잘 차단하면서 출자출연기관장 임용도 공개모집을 선호했다. 김태호 전 지사 시절엔 “거창, 남해도립대를 포함한 산하기관은 퇴직공무원 자리보전용”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도립대 총장은 경남도 기획실장들 차지였다. 기획실장 출신으로 김태호 전 지사가 임용한 이병호 거창대 총장은 아직 근무 중이다. 현재 공석인 남해대 총장으로는 하영제 전 농림부 차관이 거명되고 있다. 도립대 총장을 계속 공무원 인사 숨통을 틔우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인 이력관리용이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이제 대학 구성원의 자존심을 살필 때도 됐다.

김태호 도정도 그랬지만 김두관 전 지사 시절엔 정무라인이 득세했다. 특별보좌관을 중심으로 행정이 움직였다. 계선조직의 힘이 빠지면서 공무원들은 일손을 놨다. 업무 집중력과 도민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졌다. 경남도의 청렴도가 곤두박질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홍 지사는 24일 도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신고식’을 했다. 시종 겸손하게 자세를 낮췄다. 민주통합당 김두관 전 지사는 새누리당이 다수인 도의회를 예우하려 애썼다. 그는 ‘의회 100% 출석’을 자랑했다. 도의원 출신이었던 김태호 전 지사는 포괄사업비를 듬뿍 안겨주며 의회를 다독거렸다. 어떤 방식을 택할지는 홍 지사 몫이다.

김혁규 전 지사가 결과를 중시한 실리형이라면 김태호, 김두관 전 지사는 비교적 말이 앞서는 스타일이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중앙이 홈그라운드였던 홍 지사는 ‘할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이슈를 선점하고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면 박수를 받는다. 그러나 도지사는 책임질 수 있고 실천 가능한 약속만을 던져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갖는 무게가 엄청난 탓이다. 당장 “기획재정부 출신을 행정부지사로 임용하기 위해 박재완 장관에게 요청했다”던 홍 지사 발언은 흰소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한홍 대통령행정자치비서관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감사에서 적발된 공무원은 다 잡아가도록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 “경남경찰청 터를 처분해 부채를 갚겠다” 등등 예민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법과 현실의 조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임기를 5년 6개월로 산정해 도정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 안목으로 도정을 구상한다는 취지이지만 그의 임기는 1년 6개월이다. 재선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도지사 자리를 노리는 후보군도 두껍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경남의 중심도시를 이끄는 박완수 창원시장과의 협조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홍 지사가 전직 지사들에게서 절대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은 ‘중도사임’이다. 그들의 실패는 훌륭한 반면교사다. 검사 10년, 4선 국회의원, 원내대표, 당대표 등 화려한 이력의 그에게 ‘훈수’는 결례일 수 있다. 그러나 일을 그르치는 원인은 대개 무지보다 자만이다. 홍 지사에게 도광양회(韜光養晦·힘을 기르고 때를 기다림)의 지혜를 기대한다.

강정훈 부산경남본부장 manman@donga.com
#홍준표#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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